그해는 세명의 갓난아이의 시신이 발견된 해였다.

성자가 다녀간 세계에서 2

by 광규김

그해는 세명의 갓난아이의 시신이 발견된 해였다.

그러나 낙태법이 통과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건들은 언론에서 다루지 않았다. 아이러니했다. 보수가 지키는 아이들이 있었고 진보가 지키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진영에 따라 살기도 했고 죽기도 했다.


미혼모가 아이들은 돌볼 수 있도록 돕는 단체는 주로 보수적이었고, 미혼모가 안전하게 임신중절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단체는 주로 진보적이었다.


어느한쪽편을 들고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사람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진영에 따라 갈라져 싸워야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는 유독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나는 눈이 덜 오는 날에 다행이 일정이 잡힌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해당 지역 교회의 크리스마스 블레싱 행사였다. 주변 미혼모 가정을 돕는 교회와 독거노인의 집에 물품과 선물을 전달해주고 어르신들의 댁에 직접 찾아가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드리는 일이었다.


우리 말고는 찾아올 이 없는 가정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한참이고 하소연을 듣다가 전구를 갈아드리고 무거운 짐을 옮겨드렸다. 건강한 젊은이라면 할 수 있는 일들을 노쇄한 몸으로는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했고 그것은 아주 사소한 영역을 포괄했다.


그러나 꼭 도움이 필요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런 일을 해서라도 우리를 더 잡아두고 싶었던 심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독거노인의 집에 가장 필요했던건 다름아닌 사람이었다. 사람의 체류가 가장 절실했다. 그 외로운 곳을 나와 베이비 박스 사역을 하는 곳을 찾았다.


남자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역시 물건을 나르고 대청소를 돕는 일 정도였다. 그러나 성심성의껏 도왔다. 성자의 어머니는 가장 먼저 미혼모릐 불안과 공포를 느껴야했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아닌 아기를 아들로 맞이해야했던 남편이 필요했고 그들과 함께 생사를 걸고서 피난민의 시간을 거쳐야했다.


크리스마스를 있게한 그 성자는 참으로 기구하기에 짝이 없었다. 그토록 비참한 과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생에 사람을 돕고 찾아갔다.


성자의 탄생 때문에 죽어야했던 갓난 아기들의 목숨과 그 가족의 눈물은 그의 평생에 십자가보다 무거운 짐이 되었을 터였다. 그의 탄생은 축복보다 눈물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자신의 백성을 위해 몸을 던진 왕이 되었을지고 모른다.


아기는 태어나며 울음을 터뜨린다. 성자도 그렇게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자신의 죽음과 수많은 아기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나는 그 죽음을 늦추기 위해 오늘 사역을 했다. 아기의 어머니가 최대한 아기를 버리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을 도왔다. 낙성대 산길이 눈에 덮혀가고 나는 그곳을 떠나는 차에 올라탔다.


이제 다시 인생으로 향할때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인가. 성자는 자신의 길을 눈물로 시작하려 피와 눈물로 마무리 지었다. 그를 따르는 나 역시 눈물을 뿌리며 소명의 길을 가야할터였다. 끝까지 자신의 믿음을 지켰다던 바울은 마지막까지 그의 눈물을 지켰을까.


눈을 맞으며 거리를 걷는다. 눈을 피하지 않는다.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뚫고 골수에 닿는 느낌이다. 입김을 불며 걷는다. 누구도 함께하지 않는 이곳에서 오늘은 왜인지 외롭지 않은 발자국을 남기며 걸었다. 이곳은 성자다 다녀간 세계다. 그럴만큼 아름답고 그래야할만큼 눈물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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