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어느 순간 내게 사라져있던 것이다. 즉 기대함을 져버렸다. 빛이 꺼져버린 가슴은 쉽게 불이 붙여지지 않는다. 이젠 무엇을 사랑해왔는지 헷갈린다.
사랑이란 깊이 마음에 품는 것인데 나는 지금 마음에 품은게 없다는 소리와 같다. 텅비고 공허하다. 아프지도 않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심정에는 어떤 자극이 다가와도 무덤덤할 뿐이다.
다시금 아파하는 마음이 내게 생기길 기도하지만 오래전에 말라버린 하늘에 비를 바라듯 이 심장은 더이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가물어 메마른 땅에서 이미 흘릴 눈물조차 남아있지 않다.
이미 늦어버린걸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가득채우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게 남아있지 않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뜨인다.
"어쩔 수 있는게 남아있지 않다."이것이 아마 지금 내가 식어버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예언자의 심장을 가지고 일하라던 선배들의 목소리가 멀리로 사라져가고 그 자리엔 자기 앞가림에 급급한 청년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그들에겐 어느새부터인가 관심조차 가지 않았다. 나의 모습이 그럴테고 우리의 미래는 정해진듯 암울하게 흐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다. 준비하고 있는 길은 뚜렸해졌지만 이젠 덤덤한 심정으로 길을 간다. 무엇하나 가슴 뛰는 일이 없어서 그럴까.
소명으로 가야하는 길을 점점 소멸하는 빛으로 걸으려해서 그럴까. 꺼져가는 빛. 그것이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전히 신학함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지만 어째서인지 점점 마음이 멀어진다. 내가 가야하는 길이 이것이 아닌걸까. 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그 뒤의 일은 그런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신앙인에게 가장 무서운 늪에 빠진걸까 아니면 마음이 단단해진걸까. 이젠 무엇이라도 괜찮다는 심정이 앞선다. 다만 어서 빨리 일을 하고 싶고, 쓰임 받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마음이 든다.
요즘 쓰는 글에는 감정이 없다. 그러다보니 예전 같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