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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Oct 25. 2021

엄마가 왜 미안한데?

어머니는 참 미안한게 많은 분이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가 자녀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언제나 미안함이 있는 분이었다. 7년만에 형의 생일상을 차려줄 때도, 늦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음악을 시작할 때도,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도 엄마는 언제나 미안했다.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나는 너무 늦게서야 깨달았다. 처음엔 엄마의 미안하다는 말이 듣기 싫었다. 엄마는 잘못한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삼형제를 너무나 사랑해 주셨고 그 헌신과 눈물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생을 살아가며 차마 어머니를 원망할수는 없었다. 그것이 나의 삶이었다. 


어머니는 일찍 결혼을 하셨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나이에 나를 낳으셨고 지금의 형의 나이에 삼형제의 엄마가 되어야하셨다. 가장 꽃다울 나이를 가정에 헌신하셨고, 어쩌면 당신의 꿈마저 포기하셨어야할만큼 어머니는 너무나 어린 나이에 많은 희생을 해오셔야했다.


어느날은 문득 화가난적이 있었다. 엄마의 미안하다는 말이 가슴에 남아 떨쳐낼 수 없는 날이 있었다. 실은 아쉬운게 많은 삶이었노라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참으로 불효자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완전한 독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공부는 끝나지 않았고 내가 하려는 일은 배부른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들어본 가장 눈물나는 단어. 엄마. 내가 알고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말. 그러나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드리지 못했던 그 존재. 어머니. 그분께는 우리가 전부였으나 우리는 각자의 삶을 찾아서 떠나야만했고,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셨던 어머니.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받았던 우리는 차마 당신의 미안하단 말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대학원 시험을 앞두고서 하루는 같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날. 어쩌면 이제 나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때라고 생각하신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제대로 대답을 해드릴 수 없었습니다. 정말로 나는 이 둥지를 떠나 나의 하늘로 날아갈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기 때문에 세상에서 나를 가장 걱정해주시던 그 마음을 안아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어떠할까. 들으면 눈물이 나는 그런 단어가 있을까. 가끔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의 부모님과 대화를 해보면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자녀의 이야기를 하던 어머님들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계셨다는 것이다. 얼마나 사랑하면...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그러하셨을까 나는 문득 나의 어머니의 모습이 곂쳐보이며 처연하게 고개를 숙여야만했었다.


그대도 그런 사람이었다. 이름만 불러도 벅차오르는 그런 사랑을 받았다. 다 보답할 수 없는 사랑을 받지 않았다면 누구도 지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가며, 사랑으로 그 이름을 받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평생에 그보다 큰 마음은 결코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오랜시간 가족과 떨어져 살았었다. 공부를 하겠다고 떠나왔던 나는 나의 소임을 핑계로 집에도 잘 내려가지 못하고 일년에 한두번 보면 많이 보는 가족들에게 소롷해져 있었다. 우울증이 심해졌다. 마음의 병은 점점 나를 갉아먹었고, 나는 떨칠 수 없는 슬픔 속에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는 어째서인지 모든걸 포기하고 싶었다. 그저 지금 움켜쥐려했던 모든 삶을 내려놓고 안식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신 분들은 지금껏 쉬지 못했음을 알았고, 나 역시 그리해야한다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를 더욱 내몰았다.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고 나는 완전히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때를 생각하며 어머니는 항상 내게 미안해하신다. 그때 쉬게했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거라며 때로는 자신을 탓하신다.


한번도 어머니께 해드리지 못했던 말. 엄마는 미안할거 하나도 없어요. 그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다. 표현에 서툰 아들이기 때문에 차마 그말을 할 수 없었다. 


가을의 새가 날아간다. 자신의 터를 찾아 떠나간다. 우리도 언젠가 떠나온 그 품을 그리워한다. 평생을 그리워하다 외로워한다. 그것이 사람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더 주지 못해 미안한 삶을 살았던 그마음을 끝내 아파한다.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이젠 모두가 어른이 되어가며 이별을 준비한다. 당신은 미안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 말을 하셨다. 사랑...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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