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약속
시간은 우리에게 포기에 익숙해질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살아온 시간이 쌓일수록 그만큼 포기해온 것들도 많이 쌓이게된다. 그런 마음에 쉽게 위로를 건넬수는 없겠지만, 오늘은 몇마디 글을 전해주고 싶었다.
오늘날 우리는 쉽게 동기부여가 되는 책과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에게 도전을 주며 이제 시작하라는 말은 이제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래서일까. 시작이 쉬워진 만큼 포기가 너무나 쉬워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서는 그랬다. 읽기 시작한 책은 한무더기 쌓여 있지만 정작 중간부터 제대로 진도를 나간 책들은 드물다. 읽다가 새로운 책을 사고서 다시 흥미가 끌리는 것을 따라간다.
다른일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책을 읽는 것 처럼 처음 시작한 그 자리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못한채 포기한다. 다음장으로 넘어겨야한다는건 때로는 결심이 필요한 일이고 그만큼 괴로운 일이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에게 다음 한걸음을 다시 밟아야한다는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걸어왔을 길이 고되고 힘들었다면 더욱 다음 한걸음이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포기하고 싶고 가벼운 길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들 수 있다.
어쩌면 마지막이 가까워질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수도 있다. 아름다운 끝맺음이 그래서 더욱 어려운게 아닐까 싶다.
나는 오늘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그렇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왔다. 그런식으로는 포기하지 말자고 말하기 위해 이 글을 열었다.
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붙는다. 때로는 그만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진정 바라는 꿈을 쫓는 과정에서는 말이 달라진다. 자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라, 세상이 그만둘 이유를 찾아서 가져올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이런식으로 그만둬버리지는 말자. 포기라는 말에 그런식으로라는 말이 붙는다면 그 지점에서 멈춰버리지 말자는 말을 하기 위해 왔다. 어쩌면 대학원 시험과 새로운 사역지 때문에 고민이 빠진 내게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위로가 아니다. 또다른 동기부여다. 이렇게 그만둘 바에는 차라리 이를 악물고 다음 걸음을 옮겨버리는게 낫겠다. 지금 있는 자리가 힘들다면 어서 그 지점을 지나쳐버리는게 우리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필요한 것이겠지.
그대여 계속 걸어가라. 포기에 다른 수식어가 붙는다면 길게 생각말고 다시 걸어가라. 포기할 이유를 찾지 말고서 자신의 길을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