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다. 그러나 이제 마지막을 장식할 준비를 해야한다. 어째서 끝은 장식을 하는가? 그만큼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 이별이기 때문이다. 이별은 관계의 끝을 말하는게 아니다. 이어질 기억의 끝을 의미한다.
이별이 성큼 다가왔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진행됨에 따라 5년 동안 함께 했던 공동체와의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다. 많은 말을 해주고 싶고, 여전히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남았지만 이제는 헤어짐을 기다려야한다.
사람의 만남에는 끝이 있다. 언젠가 다가올 그 순간을 우리는 추억으로 수놓기를 바란다. 언제나 마지막 모습만큼은 아름답기를 원한다.
찬란하길 바라는 그 뒷모습에 우리는 그저 아득한 눈빛을 던질 뿐이다. 아련한 그 눈동자가 응시하는 것은 이제 다시 살아가야할 나의 시간들과 이제는 더이상 볼 수 없을 그대의 시간을 담고 있다.
만남을 끌어안으면 자연스럽게 새어나가는 시간들이 있다. 붙잡으려 애써봐도 잡히지 않는 나날들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향기라도 남아 우리의 기억을 자극한다.
이별을 준비한다는건 그런게 아닐까. 더욱 강하게 붙잡으려할수록 너무나 허망하게 빠져나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며 마지만 한줌 남아있는 것이나마 아름답게 품으려하는 갸륵한 마음 말이다.
우리의 삶이 그랬고 우리의 만남이 그랬다. 짧은 시간이나마 추억으로 불러보고자 우리는 많은 것을 만들어냈고 이제는 그것들을 회상하며 다가올 겨울에 대비한다. 긴 잠에 빠지며 다시 찾아올 봄을 기다리면서 우리가 서로의 꽃향기가 되어 멀리서부터 날아오길 바라며 우리는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