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에는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내게 위로가 되지 않고 익숙한 모든 것들에 권태를 느낀다. 아무것도 제대로 굴러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날이 있다.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은 날에 나는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다. 사람을 만나긴 부담 스럽지만 사람이 그리운 그런 날에는 책을 읽으며 사람의 흔적을 쫓는다.
조용히 그리나 끈질기게 글을 읽다보면 마음이 다시 채워지는걸 느낀다. 여유가 되돌아온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비로소 종이 치듯 깨어나 고개를 든다. 다시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준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며칠간 이렇게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생산적이거나 의미있는 일을 하지는 않았고 나는 버리듯 시간을 흘려보냈다. 밀려오는 우울감을 차마 이겨낼 생각을 하지는 못했고 그것을 잘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냈다. 마치 수면 아래에 잠겨 태풍을 지나보내는 작은 생명들 처럼 나는 고개를 들기 전까지 아픈 시간을 보내는 법을 터득한다.
뭘 해도 안될 거 같은 날이 있다. 그렇다고 하여 땅이 꺼질듯 한숨을 쉬며 하늘이 무너진듯 울진 않을 날이다. 그냥 조금 기분이 좋지 않고, 내 상태를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당신도 그럴까? 당신에겐 어떤 날이 있어 그토록 어깨를 쳐지게 만들까.
반복되어야하지만 기쁘지는 않은 그런 일상들을 보내며 작은 행복 조차도 어느새 아득해진 그런 시간에 당신은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더러는 직장에서 혹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이고 싶고 그래도 뒤처지고 싶지는 않은 그런 날에 어딘가에 숨어서 울고싶어하진 않을까.
자신만의 공간을 찾기 어려운데 하필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그런 하루가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작게 흐느끼지도 못할 씩씩해야하는 어른들이 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이겨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이어간다. 쏟아지는 지간에 지지말고 밀려오는 감정에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당신에게 또 하나의 글을 적는 내가 있다.
모든 하루가 한결 같이 행복할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한결 같이 행복할수도 없다. 언젠가는 아파하고 누군가는 슬퍼한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더욱 타자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의 마음에도 집중을 할 수 있어야하는게 아닐까.
몇편의 글을 남기면서 나는 항상 글이 잘 써지지도 언제나 글을 쓰는게 행복하지도 않았다. 때로는 고되었고 때로는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이렇게 내 글을 읽어주는 당신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렇게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이 사람이고, 별 대단한 일을 해주지 않아도 큰 힘이 되는게 바로 사람의 존재란 것이다.
당신에게도 이렇게 위로가 되는 누군가들이 있어줬으면 좋겠다. 비록 자주 만나지 못해도 그리고 잘 알지 못해도 그렇게 힘이 될 수 있는 누군가들이 있어준다면 삶이란 한번 더 반짝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