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의 가족
어느날 아버지께서 나를 안아보자고 하셨다. 다 큰 어른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부모님께 나는 여전히 어린 아들이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 죽으려 했었다.
우울증을 앓으면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계속해서 나를 엄습해온다. 그때 당시 나는 한동안 약을 복용하길 거부하고 있었고, 스스로를 통제하고 싶은 욕심에 계속해서 잘못된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거의 대부분 상실해버린 상태였고, 일희일비하는 기분은 걷잡을 수 없이 이리 치솟고 저리 나락을 치기를 반복했다.
그날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던 나는 방에 들어오며 이렇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사랑 받는데 나는 왜 죽으려고 했을까?
울컥하는 감정이 가슴 속 아래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왔다. 그렇다. 내가 그토록 죽이고 싶어했던 나는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니 적어도 한두사람에게 만큼은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나를 박대하기에는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럴 때 마저도 타인의 마음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천성이 나온 것이다.
사랑은 사람의 삶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던 내게 그랬듯이 말이다.
사랑은 너무나도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 때로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끔한다. 가장 어두운 시절의 내게 그랬듯이 말이다.
사랑의 힘은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 있을만큼 놀라우면서도 평소에는 전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희박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거기에 있어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는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랑은 참으로 오래 참고, 사랑은 참으로 온유했다.
지금의 나는 약을 먹지 않아도 감정 조절을 할 수 있고 어렵지 않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그저 나의 우울증 극복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위로이자 응원이다. 당신을 다시 일으킬 사랑을 당신이 언젠가는 꼭 느낄 수 있길 바라는 염원이기도 하다.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그대가 가장 절실할 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