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한동안 착잡하고 쓸쓸했던 마음이 보답 받은듯 마지막의 울컥함은 숨기지 않고 나를 찾아왔고 나는 몰래 작은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를 아껴주던 사람들은 내 마음을 알아줬다. 나는 소리 없이 울 수 있는 배려를 받았고, 사람들은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참 아끼고 사랑하는 학생들이었다. 여전히 그들의 앞길을 위해 기도하고 나는 그들이 어딜가서도 소중한 대우를 받기를 바라고 또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전하는 위로는 뜻 깊었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그들에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숨기지 않고 전해줄 수 있었다.
"서로 사랑해라" 내가 내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이제 우리는 주어진 각자의 길을 가야할 때 그곳을 떠나는 내가 남겨진 공동체에게 해줄 수 있는 제일 좋은 말은 그것 뿐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생각해왔던 나의 마지막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그것은 먼 옛날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이가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남겼던 말과 같았다. 그것은 일종의 부탁이었고 명령이었다. 나는 간곡히 그들에게 부탁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으로 내 마음을 전했다.
'주님여 이 손을 꼭잡고 가소서' 약하고 피곤한 그 손을 꼭 붙들고 가달라는 부탁은 사실 너희를 위한 축복이었다. 이제 수능이 끝나고 각자의 길로 또다시 떠나는 너희의 손이 외롭지 않도록 그리고 고된 사회 생활 속에서 너희에게 위로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불렀던 노래가 그것이었다. 너희는 몰라도 되는 내 심정은 그렇게 너희를 위해 저 높은 곳에 빌고 또 빌었다.
'나는 부족하여도 영접하실 터이니' 너희가 살아가면서 힘들고 괴로운 고민에 빠져 살 순간이 정말로 많겠지만 너희는 그 자체로 존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너희의 가치가 어디서도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며, 너희가 비록 부족하여도 너희는 여전히 사랑 받고 있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꼭 말해주고 싶었다.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 나는 마지막 인사들을 준비했다. 많은 말은 전해줄 수 없었지만 그보다 많은 마음을 너희에게 전해줬으리라 생각한다. 사랑한다. 너희의 가는 길이 평안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