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걸 어딘가
키오스크가 있는 와플 가게였다.
한 어르신이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하셨다.
음료를 만드는 동안 끊임없이 점원분들께 말을 걸었다.
직원들은 일하는 동안 그를 응대하지 않았다.
언뜻 보자면 진상 손님인가 싶었지만, 내 눈엔 그것이 참 위 로워 보였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말없이 와플을 받아 들고 가게를 나왔다.
더 이상 이 과정에 대화란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점점 더 사람 간에 말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오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 말하기 힘들어졌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했고, 민폐를 끼치는 일이 되었다.
나도 안다. 필요 없는 대화였음을. 그러나 말 한마디 건넬 곳 없는 이들의 숲이 되어줄 그런 공동체가 세상 어딘가에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공동체가 우리의 가까이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것이 교회란 이름으로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외로워서. 늘 어딘가에 말을 걸고 싶어 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한두 마디의 말에 반가워하다 다시 조용히 입을 닫는다. 하나님이 늘 함께 하신다는 말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언제든 어디서든 우리는 말을 걸 어딘가가 있다. 우리를 외로이 두지 않겠다는 말이며, 그의 몸이 된 교회가 이웃을 그렇게 품으라는 말이지 아니었을까.
마지막 날이 가까워지며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긴다. 그리고 식사를 하며 그는 모든 제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말한다.
“서로 사랑해라”
곧 그를 배신할 유다가 있는 자리였다. 죽기 직전 그의 마지막 가르침이자 명령 그리고 부탁이기도 했다. 사랑이야말로 그의 모든 사역과 삶을 마무리지을 한마디의 말이었다.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만큼 사랑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의지할 곳 없이 떠밀리듯 살아가며 세상의 그런 풍파 속에서 조용히 죽어간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외로운 이들은 말을 건네려 할 것이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지극히 낮은 자 한 사람이 곧 그리스도가 있는 자리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