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규김 Jan 18. 2022

껌 하나의 값

"죄송합니다"


"오백 원짜리 껌 하나 팔아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무엇이 죄송할까


다리 한쪽이 없는 할머니 한분이 휠체어를 타신 채로 내 앞을 지나가셨다.


지하철 안에서 물건을 파는 게 불법이라 그랬을까.


사람들 누구도 동정을 던지지 않았다.


작은 동전 하나 없어서 그런 건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할머니의 미안함은 껌에서 나타난다.

그 작은 껌이라도 받아가라고,

적선을 해주는 이들에게 파는 것이다.

원래는 돌아다니며 구걸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상황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쩐단 말인가.

세상이 차가워서

그만 눈물이 흘렀다


겨울이 깊어지고

추위가 극해지는 가운데

이름 없는 추레한 이들은

또 어디선가 죽어갈 것이다


그때에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나님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하십니다."


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아픔을 연단이라 말하는 교회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