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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Jul 28. 2022

다시 사랑하려 한다.

삶을 끝을 위한 꿈

최근 며칠간 오랜만에 기도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기도다운 기도를 했다. 한동안 주인 없는 개처럼 배회하던 내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이전과는 다른 깊이의 고백을 쏟아낼 수 있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하나의 확신이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책임에 대한 특정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마땅히 죽어도 좋다는 길과 방향을 잃었던 나는 다시 한번 그늘 밖으로 나가려 한다.


얼마 전에는 한 후배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줬었다. 사실 그 말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나 스스로에게 해왔던 말들이었다.


나는 아프고 텅 비었지만 그렇기에 아프고 텅 빈 사람도 사랑을 할 수 있는 걸 보여줄 수 있었다.


나는 넘어지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은 나를 일으키시는 예수님을 볼 수 있다. 아프고 넘어진 이들에겐 그것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남을 위로할 만큼 마음이 예쁘지 않고, 상처와 흉터만 많은 못난 사람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나는 그들 곁에서 함께 아파하며 죽어갈 수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염려하기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마저 받지 못해 죽어가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사랑은 지체해선 안된다.


내게는 아무것도 없지만, 나는 예수께 사랑을 받았기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사랑뿐이었다. 나는 부족함 투성이지만 그 어느 것도 내가 사랑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평생 평안하지 못해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평안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내가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진심이 담긴 사랑의 고백이었다.


오늘은 기도를 했다.


"이젠 구름 한 점 없는 타들어가는 광야라도 나아가야 할 때라고. 위로나 공감을 구걸하며 숨어있을 때가 아니라고."


기도한 그 직후

사랑하는 형제이자 동생이자 친구이자 동역자의 전화가 왔다. 그 짧은 대화를 통해 나는 긴 방황 속에 구했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신학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말했다. 주님께 드린 삶을 계속 살아야 했다. 눈물 흘리며 적었던 설교와 메시지를 계속 전해야 했다. 사람을 사랑하며, 계속 그리스도에 미친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


나는 그동안 구했다. 내가 마땅히 책임질 길을 구했다. 내가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짊어져도 괜찮을 그런 길을 구했다. 어떤 죽음을 꿈꾸느냐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꿈꾸게 한다.


여전히 앞은 보이지 않고, 불안정하며, 궁핍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래야 할 때라고 기도했다.


더 이상 위로나 공감을 구걸하지 않고, 때를 기다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저 길을 떠나야 한다. 잠깐이라도 마주칠 이들을 끌어안으며 다시 서로의 길로 떠나갈 힘을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게 필요한 확신은 아무것도 없는 광야로 떠날 이율배반적인 꿈이었다. 이제 다시 가야 하는 순간이 왔다. 손에 잡히는 게 없는 이때에 발버둥이라도 계속 치려고 한다.


이제 태양을 막는 그늘을 떠나 여린 무릎을 쉬던 의자를 빈자리로 만들어야겠다. 다음 누군가는 쉬어가겠지만 그 누구도 답을 얻을 수 없는 과정에 속할 뿐인 허울로부터 달아나야겠다. 이제 다시 정체시켜놓았던 이야기를 이어가야겠다.


나는 계속 사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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