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야기
[마음이란 건 의외로]
마음이란 건 의외로 사소한 일에 울고 웃는다. 미풍에 흔들릴 때도 강풍에 견딜 때도 있다. 대개 사람이 자신을 포기할 땐 내일을 기대할 수 없을 순간이 엄습했을 때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안주할 곳을 잃은 감정은 자신을 삼키려 한다. 정신이 그로기 상태에 빠져 어떤 말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런 날이 내게 있었다. 지금도 나는 약을 먹지 않으면 편히 잠에 들지 못한다.
[이유가 필요했다]
아침에 즐겁게 일어날 이유가 필요하다. 내가 오늘 밤 죽지 않을 이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밤 밀려오는 감정과 생각을 뿌리치고서 잠에 들어야 할 이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될 하루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다.
그것이 원동력이 될 테고 그것이 마음의 체력이 될 테다. 오늘까지 겪었던 어려움을 내일도 견뎌야 할 마음의 진통제가 필요하다. 때로는 비타민이고 종합 영양제가 될 이것을 함축하면 소망이라는 단어에 담을 수 있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게서 점점 희미해지는 말이 아닐까.
사역을 하며, 세상을 묵상하고 사랑하였다. 적어도 내 곁에 있는 이들은 내 마음으로 품어야 했다. 그들에게 병든 품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나는 상처를 감추는데 급급해있었다.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나의 하루는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었고 떨림이 멈추지 않는 손을 애써 감추려 탁자 아래로 숨겼다. 이제는 바뀌어야 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 내게는 이유가 필요했다.
[내게 묻는다면]
'누군가 내게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묻는다면'. 대답을 준비하는 게 본업인 고민을 시작해야 했다. 같은 고민을 할 수 있었기에 때로는 내가 더 먼저 고민을 해왔기에 내게 마음의 병이 있단 것에 감사할 때가 있었다. 저들에게 한마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효용을 느끼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란 건 이때 깨달았다.
새벽엔 감성이 풍부해진다고들 말한다. 나는 깨어있는 채로 밤이 깊어지는 게 두려웠다. 부정적인 감정과 상상을 떨쳐내지 못하고 동이 틀 때까지 괴로워하고서 지쳐 잠에 들던 나를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해줄 수 있다. 아침에 당신이 즐겁게 일어날 이유를 만들어라. 오늘 단잠에 들 수 있고, 내일 눈을 떴을 때 그 하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필요하다.
유독 힘든 하루를 살았다면 그날을 어제로 흘려보낼 수 있는 내일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금이며 지금은 언제나 새롭게 갱신된다.
[견뎌내고서]
그러기 위해선 체력을 키워야 한다. 고된 하루 중 싫고 힘든 일을 견뎌내고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체력이 필요했다.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육체의 체력이 필요했고, 정신은 회복탄력성을 찾기 위해 분주했다.
이 일들이 먼저 다 지나갈 텐데 그 이후에 네가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신은 필히 체력을 키워야 한다. 솔로몬이 했다는 말로 유명한 문장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이것 또한 지나갈 뿐이다. 흐르는 사건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건 당신이다. 당신의 영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당신 마음에 얼마나 여유가 남아있는지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여유는 대개 남은 체력에서 나온다.
[선한 능력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신학자이자 목사인 본회퍼는 독일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전에 자신의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남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의 글귀는 노래가 되었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위로를 주곤 한다. 나 역시 좋아하는 곡이 있는데 그중 특별히 마음에 담아두고 떠올리는 문장이 있다.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더 이상 내일이 남아있지 않았던 본회퍼는 죽음을 앞두고서 이것이 자신의 삶의 시작이라 말했다. 얼마 안 가 2차 세계대전의 총성이 멎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지금도 그 위대한 신학자이자 선배의 요절에 아쉬워하며 그의 글을 되새김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옥처럼 영혼의 자유함을 빼앗는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 당신의 하루가 늘 새로웠음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그 마음에 '내일'을 받아들여줘야 한다.
내일 아침 즐겁게 일어날 이유 그 한 가지가 삭막한 마음에 단잠을 선사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