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좋은 사람이니까 #1

우울증 이야기

by 광규김

[천천히 가도 괜찮아]

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한 내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애써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인생 선배라 부른다. 그분들의 통찰은 어느덧 나를 어른이 되게 했고, 내게 스며들어 그 마음을 닮아가게 했다. 어찌할 바를 모를 땐 충고나 판단 그리고 조언이나 비판을 하려 해선 안된다. 그 마음 안에 이미 답이 있는데 그걸 끌어낼 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런 이들은 대개 자존감이 낮아져 있어서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나쁠게 뭐가 있어. 천천히 가도 괜찮아.”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한참 방황하던 내게 해주셨던 인생 선배의 말이었다. 조언을 구했지만 위로가 돌아왔다. 대학원 특차를 갈 수 있지만, 좀 더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 싶던 내게 해주셨던 말이다.


“일찍 간다고 천국 특차 가는 거 아니다. 세상에 많이 귀 기울이고 경험해보고 생각해봐”


나는 세상을 알고 싶었다. 한 울타리 속에 갇혀서 닫힌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밖에 있는 이들에게 내 마음이 더 아팠다. 더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경청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라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목소리를 묵상하는 방법을 말이다.


그들은 나를 믿었다. 그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이 나를 믿게 했다. 그 말들이 나를 살게 했다 고백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건 지치는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있다는 사실은 참 위로라 느꼈다.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어느새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나는 비로소 나를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동안 끔찍하게 비하고 싶었던 흉 진 내면을 대면할 수 있었다.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에 왜 타인과의 이야기를 적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로는 누군가의 말을 통해 형성되어가는 내 인격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나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그 기억에 서로에게 행복으로 남았으면 하는 게 요즘 내가 바라는 일이다.


당신도 그렇다. 당신을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무심코 던지는 말이 위로가 될 때도 있고 오랜 시간 혹은 잠깐이라도 당신을 만났던 사람 중에 당신을 높게 평가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타인의 평가에 흔들릴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가진 신뢰가 때로는 힘이 될 때도 있다. 사람을 살게 하는 이유는 많지만 때론 이런 것들이 깊은 병에 있는 이들에게 진통제가 되어줄 수 있다는 말이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

고민 없어 보이는 사람도 한번 만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지독한 방황 속에 있을 때가 많았다.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습관이 된 배려 때문에 잘 알아봐 주기도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많은 이들을 돌보는 흔히 조금 더 명예와 인기가 있는 자리에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섬길 수 있는 규모를 생각했을 때 나는 그런 위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잘 모르고 당신도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시작한 일이 있다. 글을 쓰고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를 알아서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조금 더 쉽게 당신의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이들이다. 편하게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나를 찾아와도 좋다.


[넌 좋은 사람이니까]

앞으로 만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을 믿기 어렵고 스스로의 판단에 의구심이 들 때면 비판적인 판단이 물론 필요하겠지만 문학적인 문장이 위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사랑과 위로는 거저 받은 것이기에 나도 그렇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흔들리고 있다면 이런 짧은 문장이라도 붙들고 지금 가장 필요한 그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길 바란다.


“잘 걸어갈 거야. 넌 좋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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