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우당탕탕, 또시작? 또, 시작!
앞서 언급했듯, 청소년 진로 멘토링에 참여할 멘티를 구하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나가 전단지를 나눠줄 생각이었다. 막연하게 ‘한두 시간 정도면 500장쯤은 다 나눠줄 수 있겠지?’라는 상상을 하며 500장을 제작했다. 평소 받아보는 흐물흐물한 전단지와는 차별점이 있어야 아이들이 한 번쯤은 살펴볼 것이라고 생각해 종이는 빳빳하고 두꺼운 것으로 골랐고, 색깔은 진하게 넣었다. 즉, 비쌌다. 그럼에도 만드는 과정이 쉬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로 간단히 디자인한 뒤 인쇄 사이트에 파일을 보내 주문하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는 늘 있는 법. 배포 과정에서 변수가 등장했다. 전단지를 배포하기 위해서는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구청에 직접 전단지를 들고 방문해야 하며, 승인까지는 영업일 기준 5일이 소요됐다. 즉, 1주일이 걸린다는 뜻이었다. 변수는 또 있었다. 전단지는 ‘배포하고자 하는 주소’의 관할 구청에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 후에 ‘정해진 주소 앞에서만’ 나눠주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관할 구청에 신고한 도로명주소가 ‘성남대로1258번길 8-6’이라면 그 주소를 콕 집어서 그 앞에서 나눠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으로, 전단지를 어딘가에 부착해선 안 된다고 전해들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평소에 받아보는 전단지는 대부분 법을 어긴 채 배포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꾸남은 ‘차라리 법을 몰랐으면...’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은 법의 존재도 모른 채 전단지를 돌리던데, 왜 이걸 알아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싶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둥실둥실 떠올랐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동반자로서 법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컸다. 그래서 법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전단지 신고 후, 절차가 통과될 때까지 1주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허가 도장이 찍힌 전단지를 받았다. 전단지에는 허가받았다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도장에는 전단지 배포 기간이 2주임이 명시되어 있었는데, 그 도장의 뜻은 2주 뒤에 남은 전단지를 모두 파쇄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였다. 예상대로였으면 이미 일주일 전에 전단지를 배포했어야 하지만, 일주일이 지남으로써 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해버렸다. 학교가 모두 방학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실패를 경험한듯해 방꾸쟁이들의 마음이 아려왔다.
그럼에도 포기하긴 일렀다. 방학이어도 학교에 가는 청소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도권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방학 자습을 실시하는 곳이 많으니 희망을 가져볼 만했다. 그래서 어느 날 방꾸남은 전단지를 가지고 등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찾아갔다. 방학하기 전만큼 바글거리는 학생들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두세 명씩 무리 지어 다니는 아이들이 몇몇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나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4명의 학생밖에 만나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전단은 한 장도 나눠주지 못했다. 아마 자습하는 학생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장마철이라 비가 왔다. 방꾸남은 전단지를 끌어안고 멍하니 비를 맞으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제습기를 켜 젖은 전단지와 자기 몸을 조금 말렸다. 그러고선 다 마른 전단지 두 장을 꺼내서 임차하고 있던 지하 1층의 사무실 계단 벽면에 붙여두었다. ‘나라도 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전단지 돌리기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전단지는 책을 쓰는 지금, 지하의 사무실 바닥 어딘가에서 습기를 머금고 파쇄를 기다리고 있다. 괜찮다면, 나중에 물기를 닦을 때라도 써야겠다. 종이한테 미안하니까!
■ 다음 이야기(2025.01.26.일 업로드 예정)
□ Chapter1. 우당탕탕, 또시작? 또, 시작!
"멘티 모집 마감, ‘단 한 명이라도.’"
→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날이 왔다.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꿈과 희망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방꾸쟁이들, 언제부턴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의 청소년에게 작은 꿈과 희망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