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방꾸남은 비영리 재단에서 일할 때 청계천과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 캠페인을 했던 적이 있다. 당시 방꾸남은 커다란 네모 판에 그림을 몇 개 붙여 넣고 “스티커 하나만 붙여주세요.”를 외치는 역할을 맡았다. 그때 마주친 사람 대부분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뉘었던 것 같다. 눈도 안 마주치고 지나가는 사람, 멸시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 “돈 내라고 하는 거 아니죠?”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을 열 명 가까이 만나고 나면 천사 같은 미소를 가진 한두 사람이 다가와 스티커를 붙여주었다는 점에서 썩 불쾌한 경험도 아니었다.
그때의 기억을 되돌려본 이유는 방꾸쟁이들이 또다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스티커를 붙이는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언급했듯, 방꾸쟁이들이 기획한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청소년 진로 멘토링’과 ‘꿈 인터뷰’를 통해 책을 써 내려가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바뀌긴 했지만, 처음 목표한 인터뷰 대상은 10대 청소년과 60대 이상의 성인이었다. 나이뿐만 아니라 성장배경에도 많은 차이점을 가진 두 집단에 각각 ‘꿈’을 묻는다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통해 얻은 깨달음 몇 가지를 책에 담고자 했다.
인터뷰 대상자가 20대 30대였다면 SNS로 인터뷰를 요청하고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병행했을 것이다. 혹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인터뷰이가 10대, 60~90대라는 점을 고려하니 직접 찾아가 묻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방꾸쟁이들은 거리로 나갔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게 민망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신경 쓰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들이 이상하게 보는 게 당연했다. 왜냐하면 이상한 사람이 맞았으니까. 일단 외모가 그랬다. 방꾸남은 흔히 ‘예수님 컷’이라고 불리는 긴 곱슬머리를 했고, 피부색은 남들보다 먼저 휴가라도 다녀온 것처럼 어두웠다. 방꾸녀는 머리카락을 빨간색으로 염색했으며, 피부색은 마치 비타민 주사라도 맞은 것처럼 밝았다. 실제로 길에서 만난 어떤 할머니께서는 방꾸쟁이들이 눈을 마주치고 한국어로 인사하니, “뭐야! 외국인인 줄 알았는데 한국인이었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생긴 것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20대에 직장을 그만뒀으면 퇴직금으로 놀고, 먹고, 자고, 이직을 준비하며 보낼 만도 한 것 같은데, 퇴직금을 써가면서까지 인터뷰를 하겠다고 길거리로 나왔다. 고생하는 게 싫어서 회사를 떠났는데,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굳이 사서 고생을 시작했다. 인터뷰가 앞으로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방꾸쟁이들 스스로가 봐도 자신들은 분명히 이상했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하지만 마음을 바로잡았다고 한들 길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의 꿈을 인터뷰한다는 건 쉽지는 않았다. 타인의 시선은 여전히 신경 쓰였고, 민망함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수십 번의 인터뷰와 수십 번의 거절이 반복된 후에야 비로소 스스로 만들어낸 민망함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말을 더듬으며 쭈뼛거렸던 게 기억에 남는다. 한 번은 방꾸남이 여중생 2명에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저희 이상한 사람 아니... 아 이상한 사람은 맞는데,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사람들이 많은 장소인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말에 두 학생은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었지만, 방꾸남을 응시하는 두 학생의 눈빛은 진정으로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듯했다. 그리고 되돌아보면서 느낀 건데, 그때 방꾸남의 그 멘트는 참 구렸다.
■ 다음 이야기(2025.03.09.일 업로드 예정)
□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우리가 만난 첫 번째 인터뷰이, 대한민국 해병대!"
→ 길거리에서 하는 꿈 인터뷰, 드디어 첫 번째 응답자를 만났다. 86세의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는 젊은 시절 해병대였다고 한다. 그는 어떤 꿈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왔을까? 그리고 노령기에 든 지금,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