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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첫 번째 인터뷰이, ‘대한민국 해병대’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by 장병조

7월 중순, 여름이었다. 장마로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비가 오지 않으면 머리 위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방꾸쟁이들은 거리 인터뷰를 시작했다. 10월 초까지 인터뷰와 책 쓰기, 책 제작까지 마치는 게 목표였다.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는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의 마감일이 10월이기도 했고, 11월에는 방꾸쟁이들 둘이 2주 정도 여행을 가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약 1개월 동안 100명을 인터뷰해야 했다. 따라서 하루에 3명씩은 인터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맘처럼 쉽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교육을 단단히 받아서인지 낯선 어른을 경계하며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힐 줄 알았고, 어르신들께서는 어떤 인터뷰인지 말하기도 전에 “나는 몰라요.”라고 말씀하며 자리를 떠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성남시의 탄천에서 운 좋게 첫 번째 인터뷰이를 만났다. 운동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휴식 중이던 어르신이었다. 허리와 어깨도 굽지 않고 운동도 잘하는 모습이 70세쯤 돼 보였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이어서 다가가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자 어르신께선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종교나 사회단체 아니죠?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해볼게요.”라고 답해주었다. 길거리에서 성공한 첫 번째 인터뷰였다.


첫 인터뷰라 그런지 긴장됐으나 티 내지 않았다. 나름대로 프로인 척을 했던 것도 같다. 방꾸남이 마트에서 미리 사둔 홍삼 음료 하나와 인터뷰지를 배낭에서 주섬주섬 꺼냈다. 가방 안에는 인터뷰이용 과자도 있었는데 꺼내는 것을 깜빡했다.


꿈에 대해서 묻기 전, 워밍업 질문을 던졌다. “젊었을 때 기억 중 가끔씩 떠오르는 게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할아버지께선 무려 84세였고, 60년 전 ‘해병대원’으로 있던 시절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변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해병대 군복을 입은 후배들을 보면 식당에서 대신 계산해주곤 하신단다. 어쨌거나, 해병대에 관련된 기억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고 싶었던 일을 못 했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못했던 일이 무엇인가 하니, 1962년, 해병대 수색대로 입대하고 싶었지만, 키가 작아서 일반 해병으로 입대했다고 했다. 키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본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이룰 수 없었던 게 아니기에 후회하진 않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이야기했다.


아쉬움이 남는 게 한 가지 더 있다면, 수영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을 붙잡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학생 때는 수영 선수로 활동했고, 해병대 시절에도 포항 앞바다에서 전투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당시 운동선수라는 직업으로는 먹고 사는 게 너무 어려웠던 터라 다른 직업을 가졌다고. 하지만 인생을 다시 산다면 운동으로 먹고 사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젊었을 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재의 꿈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됐다. 어르신께서는 이제는 꿈이랄 게 없다고 말했다. 큰 꿈을 갖기엔 남은 날이 많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면서 여행을 다니고 싶은 ‘소망’은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여행을 떠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특히 바닷가 쪽은 안 가본 데가 없다며 여행에 대한 애정을 듬뿍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 4명과 함께 조만간 동남아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는 유쾌한 소식도 들어볼 수 있었다.


어르신께서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꿈꾸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고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 삶에 후회나 아쉬움이 남는다.”라는 말을 더했다. 그리고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정직’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자신을 속이면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부정하거나 잊어버리게 되고, 그것들이 스트레스와 질병 그리고 불행한 감정으로까지 어어진다며 할아버지만의 정신건강 관리 비법을 전수했다. 그러므로 늘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사회적인 방법으로 표출해내라고 조언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똑똑해서 다 알겠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사진_Chapter2_경기도_2_여우비가 내리는 하늘.jpg 해도 뜨고 비도 오는 여우비, 정말 쉽지 않아 날씨~!

■ 다음 이야기(2025.03.16.일 업로드 예정)

□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꿈 인터뷰, 아는 사람부터 시작해보자. ‘엄마, 아빠, 할머니’"

→ 거리 인터뷰, 참 어렵다...! 그렇다면 일단 가족부터 인터뷰해볼까?!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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