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뭘 하고 싶나? 수영,자전거,트래킹,홈트?
이번에는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종의 스포츠와 취미 얘기가 될 것 같다. 내 신체능력과 상황, 성향 등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그냥 마구 상상력을 발휘해서 해 보고 싶은 것들을 꺼내보면, 익스트림 스포츠가 있다. 암벽등반, 산악자전거 타기, 패러글라이딩, 스위스나 록키에서 스키나 보드 타기, 스쿠버 다이빙 등. 아마 절대 안 하겠지, 아이들이 태어난 후부터는 놀이동산 바이킹도 타기가 힘든 판에.
아마도 내가 가진 완벽주의 탓일 것 같은데, 나는 새로운 것에 부딪히며 도전하기보다, 그냥 하던 것을 하는 경향이 있다. 미리 계산해 보고, 잘 안될 것 같으면 바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에 하고 싶은 운동 및 취미라는 것도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기존에 했던 것들이다.
시간 순으로 얘기하면, 먼저는 수영이다. 사실, 수영도 내 성향상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우지 않았을 취미였다. 나에게는 30살이던 1999년 캄보디아에서의 1년이 일종의 '일탈과 도전의 시간'이었는데, 그때 꽁생원 일생에 처음 해 본 것들이 많다. 비행기 타기, 해외여행, 파마머리, 수영, 운전면허까지.
프놈펜에서 거의 유일한 쇼핑몰에 수영장이 있었는데, 10명이 단체로 가입하면 저렴하게 3달간 회원이 되는 행사를 했다. 실내 수영장에서 흰 팬티를 입은 현지인이 수영을 하던 시절이다. 김도완 전도사와 함께 회원으로 등록해서 다니면서, 야매로 연습해서 평영과 배영을 깨우치게 되었다. 역시 이순신 장군님 말씀이 진리였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다!' 살아 보려고 머리를 물 밖으로 자꾸 내밀면 가라앉고, 물속에 있다가 숨 쉬어야 할 때 머리만 내밀어 숨 쉬면 되는 것이었다. 배영은 더 쉬웠다. 그냥 귀까지 담그고 힘 빼고 누워있으면 됐다. 숨을 쉴 수 있게 되니, 물에서 노는 일은 아주 재미났다. 잠수해서 수영장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거나, 깊은 물에서 느리게 문워킹을 하거나, 손과 팔을 쓰지 않고 발로만 물 위에 떠있기 등. 인도차이나 반도 여행을 하면서는, 태국 피피섬에서 맑은 바다와 형형색색의 물고기, 산호초를 구경하던 스노클링이 너무 좋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방배동, 경희대 서울캠퍼스 체대 수영장, 동대문, 수서동, 인계동, 영통종합사회복지관 등을 다니면서, 자유형과 평영을 배웠다. 세 달이면 수영복이 락스물에 해졌고, 머리색은 변색이 되었다. 세 딸들이 태어나면서, 정기적인 수영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은퇴 후 저렴한 동남아 휴양지에 있게 되면, 수영을 다시 살살해보려 한다.
두 번째는 자전거 타기이다. 5살 때던가 자전거를 타고 상도동 집에서 제3 한강대교에서 미아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세발자전거는 탈 줄 알았던 것 같다. 두발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4, 5학년 때부터 탔던 것 같다. 사당3동 대림아파트 후문 쪽 우리 집에서 신남성초등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멀리 간 것 같아 살짝 두려움을 느껴서 되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지금 카카오맵으로 측량해 보니, 한 4km 정도를 탔었네. 우리 집에서 이수역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10~15분 정도를 걷거나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 5~10분이면 갈 수 있고 마을버스비도 아낄 수 있어서, 대학을 다닐 때는 전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동안교회 근처에서 자취할 때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 직장 자전거 동호회, '경희라이더스'를 시작하면서였다. 패드가 달린 민망한 남성용 쫄바지를 입던 처음 기억이 생생하다. 안성, 여주, 한강자전거도로, 강화도, 제주도, 대마도 자전거 여행을 함께 했다. 네이버 자출사, 자여사 카페에서도 조금 활동을 했다. 한 때는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읽으며 미국 자전거 횡단을 꿈꾸기도 했었다. 그러다 마흔 살이 넘어서면서, 직장 동료들도 나도 육아로 동아리 활동이 약화되면서 멀어져 버렸다. 요즘은 가까운 마트를 갈 때에도, 그냥 걸어간다. 자주 타지 않으니 정비상태가 좋지 않고, 자전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그냥 걷게 되는 것 같다. 은퇴 후에는 차량에 자전거를 싣고 다니며, 자전거 타기 좋은 곳에서는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싶다. 가끔은 기회가 되어 팀이 꾸려진다면 일본이나 유럽 자전거 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세 번째는 가벼운 등산이나 트래킹이다. 사실은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야장천 힘들게 올라가는 게 힘들고, 험한 곳은 무섭다. 그런데, 어쩌다 2022년 4,5월에 40일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 전혀 등산이나 걷기에 훈련되지 않았던지라, 상당히 고생했다.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은근히 이게 중독성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국내외 좋은 트래킹 코스를 걷고 싶다. 우리나라 산중에서도 험하지 않은 산이나 섬은 좀 더 나이가 들어서 해외 나가기 힘들어지면, 도장 깨기 하듯 천천히 돌아다녀보고 싶다.
넷째로, 소위 '홈트', 홈 트레이닝을 계속하려 한다. 한 5년 전부터 학교에서 운동 재활 프로그램을 받기 시작했다. 재활이라고는 하지만, 문제 있는 부분을 운동치료로 보완하면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하는 개념에 가깝다. 평생 피트니스는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굉장히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횡단보도를 앞두고 신호가 바뀌어가도, 허리가 아파서 달려갈 생각을 못했다. 셔틀버스에 지각하지 않으려 혹시라도 달려가기라도 하면, 버스 타고 서울캠퍼스 올라가는 내내 가쁜 숨을 진정할 수 없었다. 요즘은 드디어 체지방율도 20% 이하가 되었다. 우리 집 '소소, 유'의 운동실에는 당근마켓을 통해 러닝머신, 스피닝 바이크, 치닝디핑기구, 로잉머신 등을 준비해 두었다. 건강한 은퇴생활을 위해서, 어디에 있든 열심히 운동을 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