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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해 Jul 01. 2024

ADHD와 살아내기(5)

딸 아이와 더불어

다들 알고 있는 '양치기 소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혹시 '양치기 소년'이 겁이 많은 adhd는 아니었을까 하고. 그냥 단순하게 거짓말을 잘 하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 타고난 심리적인 불안을 갖고 adhd까지 갖고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는 아닌데 변질되었던 건 아닐까 하고.




"아주 먼 옛날, 겁이 많고 성질은 급한 양치기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양치기 소년은 늙은 아버지와 하루하루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어요. 항상 겁이 많은 양치기 소년은 밤에 화장실을 가야할 때도 아버지를 깨워서 같이 화장실을 가곤 했어요. 양을 칠 때도 항상 아버지와 함께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늙은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아버지는 겁이 많은 아들이 걱정이 되어 유언을 남겼답니다. "양을 칠 때는 너무 무서워하지 말거라. 사람들이 도와줄 거야. 늑대가 나타날 것 같으면 꼭 사람들을 불러서 도와달라고 하렴." 소년은 울면서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루하루 혼자서 양을 치던 소년은 너무 외롭고 너무 불안하고 너무 힘들었어요. 양도 하늘의 별도 달도 소년의 친구가 되어 주진 못했어요. 낮에 보면 아름답던 나무와 풀들은 밤만 되면 소년을 덮칠 것 같았거든요. 

밤이 깊어지던 어느 날, 소년은 까무룩 잠이 들던 찰나 '부스럭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어요. 바람이 위잉- 불면서 늑대가 다가오는 것인지 풀들이 부딪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어요. 그 때, 소년은 급하게 소리쳤어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늑대가 나타났다구요! 저 좀 살려주세요!" 사람들은 소년의 겁에 질린 소리를 듣고 달려왔어요.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여기저기 늑대가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하지만 늑대는 어느 곳에도 없었죠.

"너 이 놈! 늑대가 없는데 왜 늑대가 나타났다고 한거야?!"

"아니예요! 늑대가 나타난 것 같았다구요! 저는 너무 무서워요!"

"진짜 늑대가 나타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사람들은 겁에 질린 소년을 두고 그냥 산을 내려가버렸어요.

하지만, 우리가 잘 알다시피 소년은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진짜예요! 살려주세요!"

사람들은 또 다시 소년을 찾아와 늑대가 어디 있냐고 말했어요. 소년이 늑대인 줄 알고 가리킨 것은 그냥 키가 큰 풀이었어요. 벌벌 떨어있는 소년에게 사람들은 또 다시 말했어요. 

"너 이 놈! 거짓말이 얼마나 나쁜 짓인 줄 알아?! 또 거짓말만 해 봐라!"

풀이 죽은 소년은 너무 무서웠지만 자신을 혼내기만 하는 사람들이 서운했어요. 그 날 소년은 다시는 사람들을 부르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잠들어 있는 양 옆에서 씩씩하게 무서움을 참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소년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불렀어요. "늑대예요! 진짜 늑대가 나타났어요!"

사람들은 마지막이다 싶은 마음으로 달려왔지만, 역시 늑대는 없었어요. 실망한 사람들은 소년에게 악담을 해버리고 산을 내려가버렸어요.

자,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어요. 그 다음 진짜 늑대가 나타났고, 소년은 양들을 버리고 도망가버렸답니다."





adhd인 남편과 아이를 보면 불안감이 높고 겁이 많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성격은 또 급해서 본능적인 - 밥을 먹어야 하거나, 땀이 많이 나서 씻어야 하거나, 목이 마르다거나, 배가 고플 때 - 하는 상황들이 오면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성격이 나타난다. 딸 아이가 먹는 adhd 약은 콘서타인데 이 약의 부작용이 불안과 수면장애이다. 남편은 약을 먹으면 불안과 짜증이 높아진다. 병원에서 자신의 상태에 따라 약의 용량 등이 조절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부작용이 꼭 불안이라기 보다는 adhd인 사람 자신이 갖고 있는 불안한 감정이 두드러지는 것 뿐이다. 그래서 남편이 가끔 심장이 멈춰서 죽을 것 같다고 하거나, 딸 아이는 개를 보면 심장이 빨리 뛴다고 하는 이유인 것 같다. 




양치기 소년으로 돌아가서 보면, 양치기 소년의 표면적인 모습은 거짓말을 한 나쁜 아이일 수 있지만, 불안에 떨고있는 한 아이가 보일 수 있다. 사람은 스스로 불안을 치료하지 못한다. 소위 '안전기지'라는 것이 아버지였으나 아버지가 없어졌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adhd도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 질병으로 보는 이유인데 이 질병은 표면적인 모습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것이라 이제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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