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일기- 20권의 자기계발서와 자기 혐오

'자기계발'과 '자기혐오'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by 기역

작년부터 자기계발서를 20권 정도 읽었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읽은 책의 거의 대부분이 자기계발서였다.

나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나와 멀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당연히 나의 자기계발은 내가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곧 나를 사랑하는 마음.

하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을수록 점점 내가 싫어졌다.

할일들은 많은데 해내지 못하고 지쳐하는 나를 만났기 때문이다.

벌써 지쳐? 아직 안되는데.

지금의 나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러므로 아직은 나는 사랑할만 하지 않아.


자기계발서는 나를 채찍질했고 나의 부족함을 일깨웠다.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을 돌보는 행동이 아니게 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느끼게 했고 나는 내가 될 수 없었다.

이렇게 비루한 내가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로는 행복하고 싶지 않았고, 행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grim_giyeok


읽을 책은 끝이 없이 많았고 실행할 것도 너무 많았다.


나를 더 발전하고 싶게 하는 마음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지만,

막상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다보니 나에 대한 사랑은 작아졌다.

내가 나를 혼내는 마음이 커져갔다.

한없이 부족한 나에 대한 실망감, 자괴감도 함께 따라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심적으로 힘들수록 내가 가려는 길에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나 자신과 사이가 좋지 못한 나로는 내가 도달하고 싶은 곳에 이르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자기계발-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 더 나은 '나'로서 더 행복해지려는 마음


요즘은 잠시 자기계발 책을 내려놓았다.

자기계발의 시간은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책을 읽기 전보다 나은 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 자기계발보다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지칠 자격이 없단 생각에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뛰어가지 말자.

다른 사람은 겨우 이 정도에 지치지 않아 라고 생각해봤자 내가 느끼는 나만이 '나'다.

잠시 멈춰서는 것은 낙오가 아니다.


불행하기로 작정한 사람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동안 나아지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꾸 불행의 요소를 발굴해왔던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자기계발과 휴식의 도달지점은 같다.

'나'의 행복이다.

하루 속에서 어떻게 행복을 끌어낼 수 있을까.

하루에 잠깐이라도 행복하자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린이-기역/글쓴이-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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