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

by 기역
되게 열심히 해가지고 생색을 많이 내고 싶었는데,
제가 이렇게 건조하게 얘기하니까 별 거 아닌 일처럼 느껴져서...


영화 '밀수'에 이어 두 번째로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베테랑 2'의 GV에서 장기하는 말했다.

무척 힘들게 열심히 했는데 생색을 내기가 어렵다고.


장기하의 오랜 팬인 나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실제 본인은 차이가 있다는 걸 이야기하는 장기하의 모습을 종종 봐왔다. 그럴 때마다 내심 공감했다.

나 역시 건조하고 사무적인 말투와 표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오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을 들어보면 마치 내가 앉은자리에는 풀 한 포기 안 날 것 같다.


- 애기들 안 좋아하시죠? (아기 좋아하고 귀여운 것들에 약함)

- 술 잘 드시는 편이죠? (술 1년에 다섯 번도 안 마심)

- 무서운 영화 잘 보실 거 같은데요? (무서운 영화 무서워하고 싫어함)

- 무교시죠? (성당 다님)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은 내가 세심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별 감흥을 못 느낄 거라 생각한다.

건조하게 말하니까 상처를 받지 않는 줄 아는 것 같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물어본다. 내가 직접 그렸는지를.


내가 생각하는 나의 상과 동 떨어진 얘기를 듣고 유쾌할 리 없다.

내가 진짜 그렇게 보이나? 생각이 많아진다.

그냥 넘어가다가도 어떤 때는 솔직히 마음이 상한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아니야, 너 그럴 거 같아'라고 단정할 때 기분이 안 좋아진다.


@grim_giyeok '장기하'


사람들은 누군가를 볼 때 본인만의 안경을 통해 바라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남이 짠 프레임에서 판단을 당한다.

의외네? 이런 사람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면서 긍정적일 때는 '반전 매력'이라고 부르고,

부정적인 경우에는 '깬다'라고 말한다.


무덤덤한 표정을 보인다고 덤덤한 것은 아니다.

무뚝뚝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풍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관상은 과학이 아니다.


오해가 모두 해소되는 날이 과연 올까?

사람들이 내게 갖는 오해를 모두 일일이 해소할 수는 없다.

내가 바라는 대로 사람들이 날 보는 건 행운이다.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사람들을 볼 때 제멋대로 이렇겠지 저렇겠지 속으로 생각한다.

적은 정보로 많은 판단을 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추리력으로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선입견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무심코 지레짐작한 말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나부터 조심한다.

남들이 함부로 던지는 말 하나하나에 울고 웃기보다는,

남으로부터 받는 판단과 평가가 내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흔히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모르파티(Amor Fati)로 가는 네 번째 마음가짐

사람들이 규정하려는 나보다 내가 규정하는 내 모습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의 선입견에 일희일비하지 말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


글쓴이/그린이: 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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