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외국 레스토랑을 가보면 우리나라 인심이 참 후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디서나 밑반찬 추가는 어디서나 기본으로 할 수 있고, 때때로 서비스를 주기도 하는 우리나라에 있다가 물조차도 사 먹어야 하는 외국에 나가게 되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후한 인심의 나라에 살아서 그런지 서비스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음식점의 밑반찬은 물질이기 때문에 안 주면 조금 서운한 정도지만,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것에 많이 익숙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최근 저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오은영이라는 분이 뉴스에 자주 올라온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하시는 분인 것 같은데 상담료가 10분에 9만 원이라서 화제가 된 것 같습니다. 10분에 9만 원이라는 말에 상당한 권위자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기사의 내용은 하나같이 비싼 것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혹시 이분이 학위를 속이거나 사기를 쳤나 해서 찾아봤지만 그런 내용은 일절 없고 돈을 많이 받는다고 비판을 하거나, 그 정도 받을만하다고 옹호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논란을 처음에는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에르메스를 입는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기레기라는 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발로 사람들 돈을 뜯어내서 명품 소비나 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분이 9만 원을 받던, 900만 원을 받던 사기를 친 것이 아니고, 그 가격에 상담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분이 에르메스를 두르건, 거적때기를 두르건 완전 별개의 문제를 끌어왔다고도 생각합니다. 양보해서 그분이 워낙 셀럽이라 "에르메스를 둘렀지만 옷 테가 안 나서 별로다"라던지 "거적때기를 둘렀어도 잘 소화해낸다"라는 식의 패션 센스에 대한 기사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뒤를 캐다 그분의 실력과 전혀 상관이 없지만 잘못한 일이 나오면 집중포화하여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하겠죠.
제 생각과는 다르게 사회적으로 무형의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많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얼마 전 김제동의 출연료로 논란이 있을 때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이로 인해 자극을 받고 분란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니 말입니다. 흥행이 되니 기자들도 이런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것일 테고요.
어쩌면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적 같은 경제성장의 중심에는 제조업이 있었고, 절대 못 따라잡을 것 같은 세계 최강 제조업 업체를 모두 따라잡아서 제조업 세계 1위 기업도 보유하고 있죠. 때문에 오히려 서비스를 다루고 수출도 미미한 다음, 네이버 등이 제조업체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은 듯합니다. 특히 게임업체에 대한 편견은 더 심하고요. 하지만 세계 기업 순위 10위안에는 지금 대부분 서비스 업체가 차지하고 있죠.
대기업 CEO 역시 실제로 말로만 일을 할 뿐이지만 그들의 수십억, 수백억 연봉은 인정받습니다. 실제로 실무는 아랫사람들이 모두 해도, 그들의 지시와 결정으로 큰 매출을 올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단순히 말로 일을 해서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문제를 삼는 듯합니다.
그런데 또 이러한 인식이 일관되지도 않습니다. 제가 있는 회사에서도 컨설턴트를 별로 쳐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문가가 몇 마디 말을 하고 돈을 많이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고,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변호사와 얽히면 다릅니다. 변호사 역시 전문 지식을 가지고 몇 마디 말과 판단을 해주고 큰돈을 받는데, 여기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라 가치가 있고 상담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예전에 안마 업계에 진짜 전문가가 대우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초보 안마사가 2시간 동안 열심히 안마를 하고 5만 원을 받고, 최고의 안마사가 10분 안마를 하고 10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최고의 안마사에게 받은 10분이 초보에게 2시간 받은 것보다 몸상태가 훨씬 좋아진다고 해도, 사람들은 10분밖에 일하지 않고 고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아깝게 생각하고 오랜 시간 서비스받는 것을 택하기 때문에 진정한 장인이 먹고살기 힘들다는 논리였습니다. 제가 오은영 박사님의 상담을 받아보지는 않았으나, 10분이라는 시간에 9만 원을 받음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고객이 오는 것을 보면 충분히 가치를 창출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슈를 통하여 사람들의 사고를 천천히 전환시켜 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 콘텐츠 등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과거 만화책은 빌려서 보거나 스캔본을 봤었지만 지금은 웹툰을 유료 결재하여 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추가로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 가치를 폄하하지는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