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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Sep 15. 2021

프로 불편러?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최근에 왜인지 모르겠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을 해주어서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게 되었습니다. 자막을 상당히 신경 써서 전달하기 힘든 영어 뉘앙스를 잘 전달해 주었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스탠드업 코미디는 한 사람이 나와서 아무 장치 없이 말로만 웃기는 방식이며, 상당히 수위 높은 성적인 묘사와 인종 차별, 동성애 등 민감한 소재를 자유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스탠드업 코미디 시도가 있는 듯 하나, 아직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개그맨들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동경해왔지만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로는 아무 장비 없이 말로만 많은 사람을 웃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탓도 있지만, 그런 개그를 했다면 많은 프로 불편러들에 의한 조직적인 비난이 쏟아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기도 합니다.


프로 불편러라 표현했지만, 그들이 제기하는 불편함에 대한 감수성은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통 친한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병신아"라고 말하는 것으로 화를 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병신아"라고 부르는 것은 치명적인 상처가 됩니다. 때문에 친구들과 길을 가면서 쓰는 "병신"이라는 말을 지나가는 사람이 듣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말을 조심하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또한 비하의 의미가 있는 단어를 바꾸는 작업 역시 좋은 시도이며, 일부는 상당히 잘 정착했다고도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쓰던 차별적 표현들을 그들의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반성하고 쓰지 않거나, 좀 더 나은 표현을 쓰게 되었으니까요.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저희 학교에 들어오면 누구나 기대하는 연고전을 앞두고 있었는데 중도 앞에 "연고전을 없애자"는 피켓을 보게 되었습니다. 의아해서 조금 들여다보니 연고전에서 주는 주변 피해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연고전을 하면 주변 상권에 공짜로 술을 받아먹는 기차놀이나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의 민폐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은 고작 1년에 하루 즐기는 문화며 주변 상권 역시 일 년 내내 학생들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 정도가 큰 문제가 되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즐겁고 기대되는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그들의 주장이 달갑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충분히 생각해볼 만했으며, 그들과 이야기를 해보아도 당장 연고전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도였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생각지도 못하고 당연하다고 지나친 일들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행위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제가 동조를 하든 하지 않든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도가 지나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지적하여 생각해보게끔 하고, 그것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소수의 불편함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집단행동을 함으로써 지적된 사람을 매장시키려는 풍조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풍조가 많은 창작자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불편러들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다간 가수들은 건전가요, 영상 제작자들은 국책영화를 만들어야 할 판입니다.




개그맨 이상준의 콘텐츠를 좋아하는데 사망토론이나 오지라퍼 같은 프로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그 정도 수위의 프로그램을 만들면 매장을 당할 것을 우려하며, 앞으로 개그의 길에 대해 고민하는 영상을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사망토론에서 나오는 상황을 보면 서로 상호 약속된 하에 하는 역할극이며, 비하의 표현 같은 것은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 역시 더 강한 표현이 들어갈 뿐 역시 상호 합의하에 즐길 뿐입니다. 불편한 사람은 충분히 피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적절한 장소가 아닌 곳에서 그런 말을 하면 문제가 맞겠지만, 유명 연예인이 약속된 무대에서 한 쎈 발언을 가지고 그 사람을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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