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밍은 가능할까?
과거 일론 머스크에 관한 상반된 시각의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gjchaos0709/71
https://brunch.co.kr/@gjchaos0709/238
이런저런 논란은 있지만 일론 머스크의 최종 목표는 오래전부터 화성으로의 테라포밍이었습니다. 인간은 달에도 갔었고, 화성 탐사선도 계속 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론적으로 불가능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는 돈의 제약에서 이 분은 가장 크게 벗어나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세계 공식 부자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우주여행을 상용화하기 위해 연료통을 재활용하여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주여행사업이 성공한다면 추가적으로 어마어마한 부가 예상됩니다. 행보로 보면 많은 불안요소가 있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일단 모든 일이 잘 풀려서 돈의 제약은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화성까지의 거리와 현재 우주선 기술로 낼 수 있는 속도를 고려할 때 화성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지구와 화성은 다른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에 멀 때는 어마어마하게 멀어집니다. 때문에 6개월은 타이밍을 잘 맞춰서 최단거리로 가는 경로로 계산하였을 때 이야기입니다. 인간 수십 명, 아니 몇 명이라도 화성을 가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식량을 가져가야 하겠네요. 로켓의 무게가 무거워진다면 그만큼 발사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일단 지구 탈출 속도인 11.2 km/s 이상으로 날릴 수 있어야 할 테니 말입니다. 돈의 제약이 없는 일론 머스크를 가정하였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해봅시다. 이론적으로는 분명 가능한 일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6개월치 식량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아직 화성 기지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은 화성에 일단 잠시라도 살아야 할 것이며, 돌아오는 시간 역시 계산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구와 화성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계속해서 멀어지고 가까워지기에 화성에 도착한 로켓이 다시 지구로 발사를 하기 위해서는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가까워지는 시기를 잡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때문에 화성으로 갔다가 돌아오기 위해서는 최소 2년 6개월치 이상의 식량이 필요합니다. 우주에는 미생물이 없을 테니 상할 염려야 없겠다만, 무게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장기 우주여행이 사람의 신체에 주는 부작용 같은 사소한 문제까지 따지면 너무 복잡해지니 넘어가도록 하죠.
태양풍을 이용하여 더 가속을 하는 등의 기술을 통하여 로켓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가정하고, 영화처럼 인간이 6개월간 동면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고 해봅시다. 이제 식량 문제없이 화성을 왕복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화성의 환경이 문제입니다. 화성의 대기는 거의 날아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호흡의 문제를 떠나서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 등을 그대로 맞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화성은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비해서 환성이 훨씬 좋습니다. 표면 온도도 일교차가 좀 크긴 하지만 평균온도 -63도로 온화한 편이며, 과거에 물이 흘렀던 흔적인 거대한 수로도 있습니다. 어떻게 물을 잘 찾아서 대기를 생성하는 기술을 가지게 되면 지구와 비슷한 대기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비용과 시간을 생각해보면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보다 살기 좋은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긴 하지만 말입니다.
스페이스 X는 발사된 로켓이 다시 정확한 위치에 착륙하는 기가 막히는 기술을 보여주어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테라포밍을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생각해보면 아직 걸음마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야 간신히 로켓에 사람을 태워 우주 정거장에 도킹한 수준이니까 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일론 머스크가 테라포밍을 외치는 것은 어그로를 끌어 돈을 벌기 위한 사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영향은 분명 크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민간 우주개발이 시작되면서 여러 국가에서 우주여행 경쟁 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기는 많은 기술들은 분명 우리 삶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꿈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테라포밍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화성 여행은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공상에 불과했었습니다. 스페이스 X가 다시 착륙하기 전까지 그런 방식을 성공시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을 보고 많은 어린이들이 과학자의 꿈을 키웠던 것처럼, 다큐멘터리 코스모스가 많은 천문학자를 탄생시킨 것처럼, 새로운 꿈을 만들어 준 것만큼은 높게 평가합니다. 요즘 너무 심한 관종 행태와 아슬아슬한 행보의 일론 머스크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가 제시한 테라포밍에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고 꿈을 꿔볼 수 있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