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5가지 능력
참 다행이다. 유튜브를 보면 수많은 육아팁이 있어서 말이다. 이걸 책을 다 사보려 하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찌할 바 모를 때, 일단 비슷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 영상을 바로바로 찾아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나 유튜브에 나오는 수많은 팁들은 잘 걸러야 한 건 사실이다. 아니, 다른 아이에게는 먹혀도 내 아이에게는 안 먹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기의 성향이 다 다른데 같을 수가 없다. ‘쉬'소리를 들으면 잘 잔다는 아기가 있는 반면, 우리 아기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의 성향 말고도 잘못된 인과 관계에 의한 잘못된 정보도 많아 보인다. 어떤 제품을 썼더니 울음이 완화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아이의 성장에 따른 효과인 경우가 그렇다. ‘이래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는 조심해야 한다. 무리하게 내 아이에게 맞지 않는, 또는 잘못된 비법을 사용하다가 역효과만 일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상당히 효과적인, 그리고 대부분의 신생아에 적용되는 놀라운 팁이 있었다. 바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신생아 울음소리 구별법이다.
응네- : 배가 고파요
아우~아앙 : 피곤하고 졸려요
에, 에- : 트름하고 싶어요
에어~ : 배가 아파요
헤, 헤~ : 피부가 불편해요
사실 이 구별법이 최고의 꿀팁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아기가 정확하게 글자의 발음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구별을 해내기는 상당히 어렵고, 틀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내가 놀란 포인트는 모든 아기가 상황에 맞춰 저런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세계의 아이들이. 배우지 않고도 아는 DNA에 박혀있는 언어 능력이 있다면 저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항상 너무 신기했는데, 우리 언어 능력의 기본 상수가 저 5 가지고,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뿐만 아니다. 저 5가지는 생존에 꼭 필요한 요구사항만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먹고 싶다는 울음부터 수면욕, 소화, 배설 후 위생까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챙겨줘야 하는 부분을 구분해서 소리를 낸다. 이런 구별법이 없었다면 아이의 울음을 이해하는데 수십 배는 더 어려웠을 것이고, 아이는 수십 배 더 울었을 것이며, 부모가 환장하는 시간도 훨씬 더 길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저 아기의 요구사항에서, 아기가 어느 능력이 아직 발달되지 않았는지도 유추를 할 수 있다. 내가 아기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아마도 간지럽다고 울 것 같다. 손은 꽁꽁 봉인해 놨지, 수시로 만지는 손길에 여기저기 간지러워서 환장할 것 같다. 하지만 아기는 내가 배를 만져도 별 상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촉각 기능은 썩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기저귀가 축축한 것에서 찝찝함을 느끼는 것을 촉각 기능이 없지는 않은 듯싶다. 촉각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음에도 위생과 관련 있는 찝찝함을 느끼는 것이 신기하다.
시작부터 갖춰진 능력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필요한 능력만 최소한을 딱딱 갖춘 것을 보고 창조론자는 신의 설계의 정밀함을 주장할 것이다. 물론 조금 더 정밀하고 편하게 설계가 되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어쨌든 그런 생각이 꽤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한 것이 사실이다. 진화적으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여 다른 종들과는 다른 테크트리를 탔다고 하는데, 나는 혹시 이 특유의 소리 내는 능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다른 동물도 소리를 내고 의사소통을 한다. 하지만 이 5가지 다른 의사소통법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그 이상 발전할 수 있었던, 그래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ChatGPT 같은 ai를 개발하기까지 된 그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