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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살 일기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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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May 11. 2024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요즘 애들은 답이 없다?

3주간의 출산 휴가 동안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은 젖병을 씻어서 소독하고 건조시키는 일과, 섭씨 40도로 맞춰놓은 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다른 일들은 그때그때 처리하면 되지만, 이건 빵꾸가 나면 큰일 나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젖병은 젖병 전용 세제로 꼼꼼하게 씻고 스팀살균기에 넣는다. 분해된 젖병은 살균기에서 살균이 되고 난 후 나오는데, 우리 집은 마침 받은 적외선 살균기까지 있어, 거기에 한 번 더 살균을 하고 조립을 한 후 뚜껑을 닫는다. 두 번 살균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특히 적외선 살균기가 얼마나 잘되는지 의심이 가긴 하지만 있는 장비, 이왕이면 쓰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아이 용품을 보면 가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베이비 페어를 갔더니 뱀부 손수건이 젤 비싸다 한다. 푸바오도 아니고 웬 대나무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뭘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손수건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상술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아이를 케어하는 장비는 부드럽고 위생을 상당히 강조하는 건 상당히 당연한 일이다.


사실 지금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많은 장비가 옛날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보다시피 사람들은 잘 자랐다. 너무 살균, 위생에 신경을 많이 써서 면역 반응이 약해진다는 말도 있다. 면역 반응의 메커니즘을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어느 정도의 세균에 노출이 되어야 아기는 면역이 생긴다. 물론 노출이 지나치면 아기가 아프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영아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에는 이런 지나칠 정도의 위생 제품이 작용을 했을 것이다. 평소 생활이 더럽던 부모조차 자신의 아기에게는 강박에 가까운 위생관념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팔리게 된 상품 중에 일부는 그닥 효과가 없었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가뜩이나 저출산이 문제인 사회에 영아 사망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를 가지는 것을 막아준다. 과도한 것도 같지만 위생은 중요하다. 특히 태어난 지 100일이 되지 않은 아기에게는 다소 과도한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라때는~”이 나오기 마련이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보니 나 어릴 때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것들을 당연시하는 것이 많이 보인다. 무슨 국민 장난감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집은 하나, 둘 아기 용품이 점령을 하고 있고,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이내 싫증이 나버려 새로운 것을 사거나 당근해오곤 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원하는 모든 것들을 가저온 요즘 애들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그렇다. 경제도 과거에 비해 훨씬 발전된 상태에서 형제도 없는 외동이 흔해져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며 남부럽지 않게 자란 아이들이 훨씬 많을 것이고, 그만큼 나약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찌 보면 합리적인 듯싶다. 정확히 나 어린 시절 듣던 말과 똑같이 말이다. 지금 “요즘 애들은 나약해”라고 말하는 세대는 기억을 못 해서 그렇지 분명 어린 시절 똑같은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들었을 것이다. 우리 세대를 나무라던 어른 세대의 일부는 지금도 우리 세대가 나라를 말아먹을 것을 걱정하며 태극기를 들고 매일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먼저 인생을 겪은 세대는 지금 새로운 세대가 너무나도 나약해 보이고, 때로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냥 걱정 정도로 끝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들의 시대로 서서히 전환되면서 그들 나름의 사회 법칙 구축하고 많은 문제에 부딪혀가며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랬고, 우리 윗세대가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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