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환자가 할 수 있는 운동이란
엄마 아는 사람 얘기해줄까?
그 사람이 심하게 허리가 아팠는데 죽어라 걷고 나아졌대.
- 아니 아파서 못 걷는다니까.
그 사람은 진짜 아픈데도 울면서 계속 걸었다네? 그러니까 어느 순간 괜찮아지더래.
내가 가장 답답했던 건 이런 얘기였다. 아파도 하라고.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운동은 골치 아픈 문제다. 당연히 운동해야 하는 거, 안다. 운동이 허리통증에 좋은 거, 그것도 안다. 그럼에도 할 수가 없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아프기 전까지만 하세요’
‘아플 때는 침상 안정을 취하고 조금 나으면 운동을 하세요’
‘조금씩 강도와 시간을 늘려가세요’
허리통증 환자라면 들어봤을 운동 방침이다. 하지만 특히 운동에 관해서는, 글은 글자일 뿐이요, 환자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보는 것과 글, 심지어 영상 사이에서도 절대 건널 수 없는 하나의 차원이 더 있다.
잘 따라 하고 못 따라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허리 통증 환자에겐 아프지 않을 정도의 적정한 운동량이 필요하다. 너무 조금도 안되고 너무 많이도 안된다. 엄마한테 뭇국에 간장은 얼마나 넣어? 라고 물을 때의 그 “적당히” 그 “느낌대로”
바른 운동 자세 역시 마찬가지. 단지 자세만 똑같이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 힘이 들어가고, 어떤 방식으로 힘을 줘야할 지 글로는, 말로는 알기 어렵다.
요리가 주부 9단, 40년 세월이 지나와야 느낌으로 터득하게 되듯이,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인 걸 나 혼자서 하려다간 이런 꼴이 난다. 그러니까. 너무 과해서, 너무 안 해서 독이 됐던 운동 기록이 여기 있다.
당연히 처음에는 과하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걷기 운동을 나갔다. 디스크에 가장 좋은 운동이 ‘걷기’라고 하니까. 삼시 걷기를 했다. 관절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항상 권하는 운동, 수영도 일주일에 네 번은 갔다.
집중했던 건 거리, 시간 늘리기였다. 특히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차도의 기준이 되었다. 한의사 선생님이 매번 질문을 던졌다. “이제 30분은 걸어 내나?” 그 질문에 단 한 번도 쾌변하듯 시원스레 답한 적이 없었다. 집착할수록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삼시 걷기만으로도 힘들었던 건 매번 갈 때마다 긴장했기 때문이다.
한 발짝 더 내딛을까 말까. 이 한 발짝에 1cm도 더 허용되지 않는 거리를 지켜온 일주일이 꼼짝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일주일이 오히려 생길 수도 있었다. 한 계단 올라오면 다시 내 실수로 한 계단 떨어졌다. 도저히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걷기만으로는 절대 허리 통증이 나을 수는 없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이 제목이 어느 날 내 눈에 띄었다.
이거였다. 이게, 아니면 말이 안 됐다. 이 영상이 내게는 바디프로필 찍은 후 먹는 물 한모금만큼처럼 달콤한 것 같았다. 요지는 이랬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근지구력과 근육량 주머니가 있다.
걷기는 사람마다 갖고 있는 배터리를 쓰고 채우고 할 뿐, 배터리의 기존 용량 자체를 키울 수는 없다고. 그래서 만약 배터리 용량을 넘겨서 쓰면, 근육이 아닌 다른 배터리, 즉 관절로 힘을 쓰게 된다고. 그런데 나는 그 배터리가 신생아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조금만 가도 찡찡대는 조카만큼의 근육이 겨우 있는 거였다.
결국 코어 운동이 따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때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언니에게 피티 (Personal Training) 얘기를 듣는다. 간에 기별도 안 갈만큼 디스크가 튀어나온 MRI 결과는 결국 내게 필요한 건 운동이라는 확신이 들게 했다. 디스크가 튀어나와서 신경을 압박하지 않는데도 신경 증상이 생기는 이유는 근육 사이사이에 역시나 신경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근육에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이 신경이 근육과 엉겨 붙는 ‘유착’이 발생한다. 이때 적절하게 히알루론산과 같은 물질이 나와서 풀어주지 못하면 다리에 디스크 환자와 비슷하게 신경 증상이 일어난다. 근육이 풀어지려면 적절한 긴장과 이완이 일어나는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결국 전문가가 필요했다. 특히 아픈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다. 아프면 그만두게 되고 또 어떤 때는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과하게 운동을 해버렸다.
당연히 처음부터 전문가를 못찾은 건 비용이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는 같이 할 수 없는 몸뚱이라 1:1 PT를 받아야 하다보니, 대학생 한 달 생활비 수준인 돈을 덜컥 내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이미 한참 캥거루 주머니를 튀어나오다 못해 벗겨지기 직전으로 커버린 캥거루족인데, 염치가 나질 않았다. 다행히 언니를 빌미 삼아 얘길 꺼낼 수 있었다.
1회 해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혹시 모를 위험은 피하자는 마음으로 체험 수업을 신청했다. 물론 무료는 아니고 회당 삼만 원. 후보군이 많을수록 결국 다 돈이어서 필라테스 한 군데, 피티 한 군데를 체험해 봤다. 필라테스는 실패. 거의 1년 동안 숙인 적 없다시피 했더니, 굴곡이 전혀 없이 디귿 모양 되는 허리를 보고 필라테스 선생님은 경악하셨다. 그래서 50분 동안 손잡이를 잡고 컬업만 했더니, 집에 오자마자 앓아누웠다. 역시나 다리가 너무 시렸다.
다행히 피티는 잘 맞았다. 힘든 건 있었지만, 드디어 신경통이 아닌 근육통이 왔다. 근육통에 이렇게 기뻐하다니, 좀 소름 끼쳤지만 실제로 너무 행복했다. 몸이 상쾌했다. 문제는 걷기였다. 러닝머신을 쓰면 또다시 걷기 운동할 때와 같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버스정류장까지 가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면서 아파졌다. 그래서 피티를 하고 집에 돌아올 때 컨디션은 복불복이었다. 그렇게 10회, 한 달 반이 지났다. 허리 통증이 나은 건 아니어서 더 결제할지 고민이었다. 그러다 생각해낸 건, 당근마켓에서 2:1 PT를 할 사람 찾기.
나와 몸컨디션이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연락 온 사람은 일상생활을 못 하지는 않았지만, 아플 때는 강의를 마치고 강의실 한쪽에서 누워있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학원 선생님이라고 했다.) 오히려 둘이서 하니까 무리가 될 때도 있었지만, 운동능력은 더 많이 올라왔다. 센터 휴가기간동안 내준 과제 스쿼트를 10회씩 5번은 할 정도가 됐다.
아쉬운 건 혼자 집에서 운동할 대는 센터에서 할 때보다 아파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걷기와 마찬가지로 자칫 잘못하면 또 저림 증상이 시작됐다. 집에서 하는 운동 때문에 또 몸 컨디션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같은 층에서만 자꾸 머물렀다.
그러던 중 같이 하던 사람이 시험기간이니, 시험이 끝나면 다시 같이하자고 했다. 그 연락을 기다렸다. 아니 어쩌면 안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구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냥 한 달을 보내버렸다. 안 할 핑계가 생기면 무조건 안 해지는 게 운동인 건 아플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는 너무 답답했다. 그 전날에도 아빠랑 싸웠던가. 버스를 탔다. 바다 지역에 있는 데도 2년째 바다를 보지 못했다. 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다. 실은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런데 여행은커녕 30분도 못 걷고 30분 넘게 버스 타는 것도 불안하니. 뭘 할 수가 있을까. 일탈을 하기로 했다. 내 마음이 내 몸에게 하는 반항. 정류장에 내려서 해수욕장까지 걸었다. 그리고 돗자리를 펴고 하늘을 보고 누웠다. 그들만 아는 이름 모를 개회식이 열리고 있었다. 머리가 윙윙 울리는 이상한 개회사를 배경으로 들으며 불안감에 들고 온 방석을 베고는 퍼렇고 또 퍼런 바다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번엔 바다를 옆에 두고 한없이 걸었다. 내가 내 두 발이 있는데 왜 못 걸어. 걸을 거야. 부득부득 우겼다. 아드레날린이 솟아나고 있는지 아프긴 한데 꾸역꾸역 참을만 했다. 반 미쳐서 쉬다 걷다 1시간을 넘게 바다 옆을 산책했다.
결국 다음날이 되어서야 후폭풍이 밀려왔다. 이젠, 운동은커녕 10분도 못 걷게 됐다. 부모님의 눈치가 보인다. 또 한 번 더 집에선, 큰 소리가 났고 이번에도 언니가 동아줄을 내어줬다. 언니 집으로 갈 짐을 쌌다. 드디어 이 집에선 해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