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쉘 바스키아, "에슈(Exu)"
(자화상을 보고 쓴 시입니다. 시와 자화상을 같이 보시길 바랍니다.)
신과 인간
신과 인간, 천상과 지상
사이를 오가는 신 Exu
인간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고
인간들에게 장난 쳐 방해하기도 하네
노예 무역과 식민제국주의
식민 수탈과 산업적 착취
언어와 문화가 단절된 후
다시 연결된 신과 인간
인간을 홍수에서 구해준 것처럼
선택과 기회 속 결정을 도와주네
바스키아의 마지막 영적 자화상 중 하나로 불리는 1988년작 ‘에슈(Exu)’도 볼 수 있다. 에슈는 서아프리카 요루바(Yoruba)족 신화에 등장하는 ‘소통의 신’이자 물질 세계와 영적 세계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경계의 신’이다. 요루바족은 15~19세기까지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로 팔려 오면서 미국의 예술, 음악, 종교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작품 곳곳에 배치된 ‘X’ 표시는 언어와 문화의 단절을, 담배와 ‘TOBACCO VICE’(담배 관련 악덕, 즉 노예무역과 식민지 착취) 문구는 노예 무역과 식민지 수탈, 산업적 착취를 상징한다. 중앙의 인물을 둘러싼 수많은 눈은 보호와 감시로 읽히기도 한다. 바스키아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정체성 고민과 사회적 경험을 아프리카 신화와 연결하면서, 노예제도로 인해 단절된 아프리카 문화를 현대미술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다. 동시에 서구 기독교 선교사들이 에슈를 악마로 잘못 인식했던 역사를 통해 서구 중심적 시각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출처 : 이세아, "차별에 맞선 거리의 예술가, 현대미술 슈퍼스타로 남다", 여성신문, 2025.09.27,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7720
기호와 상징의 세계에 빠지다 보면 어느덧 '에필로그' 섹션에 이른다. 'Exu'(1988)는 바스키아 생애 마지막 시기에 남긴 대표작으로 삶과 죽음, 정체성과 문화적 기억을 집약한 작품이다. 제목 '에-슈(Exu)'는 요루바 신화에서 경계의 신으로 바스키아는 여기에 자신을 투영해 죽음에 대한 직감과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중앙의 'X'에 네모를 쳐서 강조했는데 이는 언어와 문화의 단절을 나타내고, 'TOBACCO VICE'라는 문구(줄은 그어 더욱 시선을 끈다)는 노예 무역, 식민 수탈, 산업적 착취를 상징한다. 바스키아는 과장된 만화적 형상과 수많은 눈을 통해 보호와 저항을 환기하며, 경계의 신처럼 규범을 넘나들던 자신을 자화상으로 남겼다.
출처 : 함혜리, "장 미셸 바스키아 특별전_《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컬처램프, 2025.09.29, https://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2746
미국 역시, '노예제도'라는 역사적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예제도는 수많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들어내며 인종적 장벽을 쌓아올렸다. 1963년 마틴 루터 킹은 "노예의 후손과 노예소유주의 후손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 모습을 꿈꾸며 이 장벽이 허물어질 날을 손꼽았다.
마틴 루터 킹의 꿈을 실현시킨 주인공들이 있다. 피비 킬비씨(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교 갈등전환대학원 재정업무 디렉터)와 베티 킬비씨(흑인 인권운동가 겸 저술가)다. 백인인 피비는 노예 소유주의 후손이고, 흑인인 베티의 선조는 이들의 노예였다. 일면식도 없던 둘을 엮어준 끈은 다름 아닌 노예제도였다. 노예제도의 가해자와 피해자인 두 사람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출처 : 박지호, "아버지는 노예주... 나에겐 흑인 사촌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2012.05.2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37139
유럽에서 시작된 대항해 시대 노예무역은 식민제국주의를 통하여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와 중동 및 아시아까지 확대되었다. 당시 노예무역의 불공정성을 현대 사회의 공정무역 개념을 투영하여 평가할 수 있다. 첫째, 노예무역의 대상은 인간으로서의 의지와 자유를 박탈당하고 노동과 삶을 지배당했으며, 강제 이주로 인한 다양한 충돌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둘째, 노예무역은 지역별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내전과 전쟁 등을 낳으며 많은 희생자와 파괴를 초래하였다. 셋째, 노예무역은 불공정한 경제 구조를 형성하는 원인이 되었다. 넷째,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에서 심각한 인구 손실이 발생하고 발전 기회가 사라졌으며, 사회적 불안정과 개인의 삶을 붕괴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다섯째, 노예의 희생으로 서구사회가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근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배경이 되었다. 여섯째, 노예무역은 납치와 약탈, 부족 간의 전쟁 등을 유발하여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법제의 와해를 초래하여, 국제무역에서 상호작용을 저해하고 경제발전을 지연시켰다. 노예무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회의와 반성은 이른바 공정무역 개념으로 진화되고 있는데, 공정무역 개념은 대항해 시대 노예무역을 주도한 서구 열강의 자성에 힘입어, 오늘날 국제사회의 전형적 상관행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인권유린이나 강제노동을 비롯한 착취, 환경파괴, 경제적 불평등 등의 실상은 여전히 노예무역과 유사한 불공정한 무역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의 법제도적 대응이 요구된다.
출처 : 김호. (2024). 대항해 시대와 식민제국주의 노예무역에 관한 경제사적 함의. 유럽연구, 42(1), 117-138.
2. 오리샤 신 ‘에슈’와 ‘이파’ 그리고 숫자 ‘16’
요루바족 창조신화에는 이 두 창조신 외에 ‘에슈’라고 하는 중요한 오리샤 신이 등장한다. 그가 중요한 이유는 물에 잠긴 대지를 구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육지로 피신한 자들은 마침 육지를 방문 중이던 신 ‘에슈’에게 하늘로 돌아가서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전해달라고 애원했다. 에슈는 그 전언을 신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하늘로 돌아갔다. 오룬밀라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땅 세계에 금줄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홍수가 그치고, 아프리카 대륙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도록 열심히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해서 대홍수는 끝이 났다.29)
에슈는 요루바족에게 특별히 인기 있는 오리샤다. 인간을 홍수에서 구해주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중요한 선택의 기로나 혹은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기회와 마주하게 될 때, 그 운명의 길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슈는 예언의 신 ‘이파’와 유사하다. 이파는 예언의 신이자 점술의 신이다.
Ifa est le médiateur divinatoire, envoyé sur Terre par Olorun pour y mettre de l’ordre; en tant que témoin de la destinée des Yoruba*, il connaît le passé et le présent des individus. Lorsqu’un individu veut résoudre un problème ou a besoin d’assistance dans un événement, il consulte le babalawo(devin), qui détient la connaissance du système complexe de divination d’Ifa. La consultation nécessite plusieurs instruments : l'opon ijfa, plateau à divination sur lequel le babalawo trace les signes(odu) de sa réponse - il peut être rond ou rectangulaire, orné d'entrelacs, de serpents en léger relief ou de personnages avec la tête d'Eshu en effigie.30)
‘이파’는 ‘올로룬’에 의해 지상 세계의 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땅으로 보내진 예언의 중재자이다. 요루바족들의 운명의 증거자로서 이파신은 개인의 과거와 현재를 알고 있다. 개인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경우 혹은 어떤 사건에 있어서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인간은 바발라요(babalawo, 점술가)에게 상담한다. 바발라요는 이파 점술의 복잡한 체계를 알고 있다. 점술을 보는 데는 몇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오폰 이즈파’라고 하는 점술용 쟁반, 그 쟁반위에 바발라요는 자신의 대답의 표시들을 그린다. 그 쟁반은 원형 혹은 타원형이다. 테두리는 엮음 무늬, 얕은 부조로 된 뱀, 신 ‘에슈’ 머리 모양으로 장식이 되어있다.
[그림 12]에서 보듯이 ‘이파 점술(Ifa divination system)’을 시행하는 점술가 ‘바발라요(Babalawo, 사제 혹은 사제의 아버지)’의 점술 쟁반, ‘오폰 이즈파(opn ijfa)’에는 에슈의 상이 조각되어 있으며, 그 까닭은 바로 에슈가 지니고 있는 특징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에슈와 이파는 모두 신의 위치에 있었던 오리샤들이었고, 인간과 신의 중재자이자 중개자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었다. 에슈와 이파의 역할은 서로 비슷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파는 하늘에서만 살면서, 16개의 눈으로 인간사를 관찰한다. 인간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는 ‘바발라요’라는 인간 대리자를 세운다.
하지만 에슈는 직접 신과 인간 사이를 오간다. 그는 발 빠른 중개자로 인간들을 포함한 여러 생명체들의 전언을 신들에게 전달해주면서, 인간 편에서 최고의 협력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에슈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인간들 사이에 갈등도 유발시킨다.
에슈는 어느 날 모자 장수로 변신하여 예쁜 모자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때 어떤 남자에게 두 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그 부인 중 한 명이 에슈의 모자를 샀다. 그 부인의 남편은 “아주 보기 좋은 모자를 샀군, 당신에게 무척 잘 어울려”하며 칭찬을 해주었다. 이에 다른 부인도 곧장 모자 장수 에슈에게로 갔다. 마침 에슈는 먼저 모자보다 더 멋진 모자를 만들어 놓았다.
“저 모자가 아주 멋지군요, 제가 사겠어요.”
모자를 사가지고 돌아간 부인은 먼저 모자를 샀던 부인보다 더 많은 칭찬을 남편에게 듣게 되었다. 이에 먼저 모자를 샀던 부인은 다시 에슈에게로 가서 다른 더 멋진 모자를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두 부인 사이에 질투와 반목은 점점 심해지고, 남편도 부인들의 모자를 칭찬하는 데 지쳐, 마침내 부인들을 윽박지르기 시작했다.31)
위의 일화에서처럼 에슈는 천상과 지상을 오가면서 인간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고, 인간들에게 장난도 치면서 인간의 삶을 방해하기도 한다. 즉 인간의 삶 속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관여한다.
29) 위의 책, 105쪽.
30) l’ABCdaire des Arts africains, p. 59.
31) 『아프리카의 신화와 전설 – 서부 아프리카편』, 110-111쪽.
출처 : 조지숙. (2017). 나이지리아 일레이페(Ilé-Ifé) 지역의 요루바 문화를 통해서 본 문화 상대성 재인식 - 조각상과 창조신화를 중심으로 -. 비교문화연구, 49, 303-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