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돌봄(Sorge)"

나는 자연을 돌보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자연이 나를 돌보는 걸까요?

by 룡하

AI가 대처할 수 없는 것이 봉사라면, AI가 대신해서는 안되는 것도 봉사일 것이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 1927)’에서 인간 존재(Dasein)의 가장 근본 구조는 돌봄(Sorge) 이라고 정의했다. 미래학자 로베르토 폴리(Roberto Poli)는 호모 쿠란스(Homo Curans)‘라는 단순히 ‘착한 사람’이나 ‘봉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도덕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복잡한 미래를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인간의 존재정의로서 돌봄을 주장한다. 주류 인간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이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미래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간의 특질로 꼽는다. 그런 측면에서 돌봄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인 ‘봉사’ 는 미래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적 자질일 수 있다.


출처 : 손은정, "가장 설득력있는,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일에 관하여", 매일경제, 2026.01.21, https://www.mk.co.kr/news/it/11939291


얼마 전 어느 신문 기사에 ‘황혼 육아’가 강력한 ‘치매 방패’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었다. 손주를 돌보는 일이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좋은 활동이라는 해석이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돌봄’(Sorge, cura)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실존적 근거로 해석했다(공병혜, 〈돌봄의 철학과 미학적 실천〉). 하이데거 연구자들은 하이데거의 ‘Sorge’를 ‘염려’와 함께 ‘돌봄’, ‘보살핌’으로 혼용해 사용한다. 돌봄은 주위 세계와 타자에 대한 배려로서 인간 현존재의 주요한 특성이다.


메리 카사트(1844~1926)의 그림에서 여인들은 아이를 안고, 바라보고, 살을 맞대고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극적인 서사도, 감정을 과장하는 몸짓도 없다. 이 ‘평범함’이 카사트 회화의 주제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이 평범함에서 카사트가 포착하는 것은 바로 돌봄이라는 행위 자체다. 인물 사이의 거리, 시선의 교차, 손의 위치와 긴장은 돌봄이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조율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카사트는 이를 서사로 설명하지 않고, 화면의 구조로 드러낸다.


미술사적으로 보아도 카사트의 의의는 충분하다. 그는 인상주의의 핵심 중 한 명이었지만, 이후 인상주의를 설명하는 미술사적 서사에서는 늘 뒤로 밀렸다. 모네의 빛, 르누아르의 색채, 드가의 형식 실험으로 미술사적 진보 서사가 만들어졌고, ‘가정, 돌봄, 여성의 일상’은 부차적 주제로 밀렸다. 그러나 카사트는 당시 인상주의에서조차 주변부로 취급된 삶의 영역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그는 돌봄을 하나의 지속적인 실천, 즉 매 순간 주의를 기울이고 반응해야 하는 행위로 그렸다.


돌봄이 “인간을 인간답게 존재하게 하도록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돌봄의 대상은 사람이며 또한 돌봄의 주체도 사람이다. 아이를 돌보고 노인을 돌보고 병자를 돌보는 행위, 돌봄은 현대 사회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사회적 행위다. 이제 최근의 연구 성과는 노인이 손주를 돌보는 행위에서 나타나는, 신체뿐 아니라 인지적 차원에서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노인이 개인 가족 차원에서 수행하는 돌봄도 국가의 시스템 차원으로 편입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속에서 돌봄은 더 풍부하고 유연한 사회적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카사트의 미학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의 작품은 돌봄을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크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은 그의 화면 속에는 분명한 확신이 담겨 있다. 돌봄은 부차적인 일이 아니라, 삶을 성립시키는 중심적인 행위라는 믿음이다. 카사트의 미학은 바로 이 믿음을 말이 아니라 그림으로 보여준다.


출처 : 김종기,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돌봄의 철학과 미학 -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 부산일보, 2026.03.04, https://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6030418122300318#google_vignette


인간현존재의 방식으로서의 ‘돌봄’에 대한 사유는 특히 Heidegger의 철학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에게서 죽을 자로서(der Sterbliche) 대지위에 거주하는 인간 현존재의 특징은 돌봄(Sorge, 염려)이다(Kang, 2002). 돌봄이란 무엇을 자신의 본질 속에 있게 하고, 무엇을 자신의 본질 안으로 되돌려 감추게 하고 그것을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다. Heidegger(1984)는 자신의 저서인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에서 인간 현존재의 특징으로서 돌봄을 ‘내 존재’(In-sein)의 어원을 통해 밝히고 있다. ‘내-존재’(In-sein)는 ‘거주하다’ ‘체류하다’의 의미를 지닌 ‘in’과 ‘익숙하다’, ‘신뢰하다’ ‘친숙하다’의 의미를 지닌 ‘an’이 결합된 ‘inan'으로 부터 유래한다. 이러한 어원적 의미는 인간현 존재의 특징이 인간 자신에게 맡겨진 존재를 지키고, 신뢰하고, 존재가까이서 체류하고, 숙고하고 그리고 염려하는 돌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처 : 공병혜. (2013). 실존적 현상학과 돌봄의 실천. 간호행정학회지, 19(1), 138-145.



우리는 종종 ‘자연 보호’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나 사실은 자연이 우리를 보호해 줍니다.

내가 자연을 돌본다는 말은

오히려 오만일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자연이 나를 돌본다는 사실입니다.



하이데거, "돌봄(Sorge)"


하이데거는 "인간 현존재의 특징은 돌봄(Sorge)이다"라고 했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돌봄의 관계를 주고받습니다.

공기가 숨을 주고,

물이 생명을 이어 주며,

숲이 쉼터를 줍니다.



생활 속 실천

오늘 하루 중 자연이 나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세 가지를 기록해 보세요.

햇빛, 공기, 물.

그것들을 기록하는 순간,

자연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보호자임을 알게 됩니다.



더 큰 자아로 살아가기


나의 존재는 ‘나’를 넘어,

이미 세상 전체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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