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금슬슬슬슬

by 김진호

이기재


마치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성난 표정으로 서 있는 엄나무 가지를

구름이 쓰다듬으며 잠깐 머물다 가는 사이

껍질을 파고 한숨처럼 돋아난 가시들

아직 나이테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거야

상처를 어루만지는 봄기운

회춘의 독심법에 빠진 듯 새순이 오르고

숙제를 받아온 아이처럼

기특하다는 칭찬을 기다리듯

나는 그대를 따라 걷고 있던 거지

세월의 물수제비인 눈 밑 주름

두 눈 뻔히 뜨고 차마 쳐다볼 수 없었음을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사랑,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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