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호
빙글거리는 방문을 밀어내고
약간은 기울어진 식탁 앞까지 당당히 걸어간다
기대어 앉은 식탁 위에는
작은 접시 위에 멸치조림
예의 없는 삐그덕 소리와 벅벅 긁는 소리
사방의 경멸어린 시선과 한숨 어린 낮은 목울림
알지만도 신경 쓰지 않으리란 무언의 만용
그리고 오히려 신경질 (아 그것은 당당한 철면피)
뻗어가는 젓가락질 앞에 드러누운 멸치 한 마리
그 비틀어진 아가리가 눈에 들어왔다
멈칫하는 젓가락에 실소가
힐난하는 울림없는 소리가 머리에게 속삭인다
‘넌 접시 위에 올라설 자격이 있나’
접시의 밑바닥은 닳고 닳아
새하얀 이름이 퇴색되어 있는데
그것을 알 리가 없고
깨진 이에 찬장에 틀어박혔다가
겨우 생각이 날 때 꺼내어지는 것
그것은 너를 위한 인고(忍苦)라
주(酒)씨의 도움으로 세상을 흔드는
너에게 그러한 인고(忍苦)가 필요할 리 없다
(거기까지 속삭이고 혀를 찬다)
비벼져서 마모된 접시 밑바닥
그 노력 위에 네가 올라설 자격이 있나
접시가 보이지 않도록 올라설 얼굴이 생기는가
뜻한 것을 알아채니 거실서 들려오는 한숨이
주(酒)씨의 심술보다 내 속을 아리게 한다
꾹 참고 숟가락을 입 속에 넣는 것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