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우연히 추천받았던 책이었어요.
근래 읽었던 책이 몇 개 있는데 대부분이 소설책이었고 인그 중 하나가 바로 '이 가짜 사랑을 권하는 사회'는 그중 하나였죠. 마침 인문학 책을 다 읽었던 터라 이 책을 읽기로 했어요.
(아, 참고로 전 누군가 책을 추천해 주면 꼭 그 책을 읽는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 책을 추천해 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거든요.)
처음엔 별 기대 없이 봤던 책이었어요. 연애 중이라면 흥미로웠겠지만 지금의 전 연애가 남 이야기처럼 들려서요. 그래서 남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았어요.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나도 그런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책은 가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사회비평 성격이 강한 책이라 읽으면서도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좀 걱정이 많았어요. 연애하기도 전에 편견이 생기는 게 아닐까? 그렇잖아도 어려운 게 사랑인데 말이죠.
자신이 상대를 더 사랑하는 것을 걱정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권력을 잃을까 봐, 즉 상대와의 서열 싸움에서 패배해 자신이 낮은 서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전 내가 상대를 더 사랑하는 것에 불안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주는 사랑이 부족하면 어떨까 고민이었죠. 그런데 궁금했어요. 한 번도 그걸 진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도 행복이라 여겼어요.
하지만 그런 제 마음에이 마냥 순수했던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내가 주는 사랑이 결국 그 사람에게 받기를 기대하며 했던 행동이 아니었냐는 거죠. 상대에게 준다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 상대가 주는 사랑으로 날 채우려는 행동이 아니었나. 내가 더 많이 준다면 그런 부분에 있어 명분을 만들려는 게 아닌가. 그런 행동들이 결국 서로의 위치에서 더 우위를 점하겠다는 권력이 아니었나.
하지만 이 정도의 작은 바람정도는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이에요.
어쨌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제가 더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외모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 이유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가 인간의 신체, 특히 외모까지 상품화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모는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으로서 기능한다. 외모가 곧 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외모는 돈이 되어왔어요. 아름다운 건 희소성을 갖추고 있으며, 희소성은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사람을 만나면서 어느 정도 나를 가꾸는 건 기본이라 생각해요. 영업하는 사람들은 깔끔한 옷을 입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요. 그의 이미지가 회사의 이미지니까요. 외모지향적인 면이 아닌 상대에 대한 예의인 거죠.
유명 디자이너가 이런 말을 했어요.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신을 겉모습으로 판단할 것이다.’라고요. 자신을 가꾸는 건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자신을 관리하는 기준이라 생각해요.
별개로 한국은 오래전부터 외모가 좌우대칭되는 사람을 미인이라 꼽았다고 해요.
실제 외모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 이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좌우가 대칭대는 얼굴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과학자가 말하길 이는 건강의 기준이기도 했어요. 큰 병을 앓거나 아픈 사람들의 경우 얼굴이 대칭되지 않았거든요. 동물적 사고로 본다면 번식에 약점을 가진 거죠. 가정을 꾸리는데 이점이 없다는 뜻이죠. 실제로 못생긴 사자가 짝짓기를 거부당하기도 하고, 개들의 사회에선 프렌치 불도그가 못생겼다며 따돌림당하기도 한다네요.
짐승들의 세상에서도 외모가 중요하다니 신선하면서도 우울하네요.
바르데츠키는 “사랑이 시작되면 이전까지 간절하게 원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충족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극심한 고통의 원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연구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 혹은 자기가 되고자 하는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자기가 되고자 하는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동기가 바람직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저자는 이에 대한 예시로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말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폭행을 일삼던 아빠와 같은 남자를 만나는 여자는 그 사람이 아빠가 주지 못한 사랑을 채워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요. 그 외에도 자신의 결함을 채우거나 보상하기 위한 사랑은 도구적인 사랑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은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말하죠.
사랑을 하고 싶은 이유는 하나 보단 둘이 좋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래요. 혼자서 많은 것을 해왔습니다. 고독은 충분히 즐겼죠.
인간의 능력 중 가장 기본은 서로의 마음과 힘을 합칠 수 있게 해주고 서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인데, 이것이 바로 사랑의 능력이다. 사랑의 능력이 있어야 인간은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다.
둘이 되면서 비로소 완벽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
사랑이 만들어 낸 기적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읽으면서 많은 편견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주제가 사회적 문제점으로 인해 병든 애정관계를 말하고 있으니까요. 저자의 말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읽고 나니 모호했던 기준들은 선명해지고 갖고 있던 많은 편견을 깬 책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제가 바라는 사랑이 뭔지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