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2
커피 포트 사건 이후로 나는 주방 근처에 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살고 있는 아가씨가 내려왔다.
그 사건을 미리 들어서 알고 있던 아가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언니~ 그래도 과일은 깎죠? 설거지는 제가 할 테니 과일 좀 깎아주세요."
나는 정신을 잘 가다듬고 배를 깎기 시작했다.
결혼 전 내가 배를 깎아본 적이 있던가?
늘 설거지만 했던 터라...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손에서 자꾸만 땀이 났다.
배를 잠시 내리고 손을 닦아야지 생각하는 순간 손이 미끄러지면서 과도에 손이 베이고 말았다.
하얀 눈 위에 빨간 물감이 떨어진 거처럼 하얀 배 위에 빨간 피가 뚝뚝뚝...
"으악~~~"
작은방에서 TV를 보던 신랑이 뛰어나왔다.
"다쳤어? 과일은 왜 깎는다고 그래?"
"내가 설거지한다고 새언니한테 과일 깎으라고 했지."
옆에서 휴지를 건네주던 아가씨가 대답하자
"너네 새 언니는 과일 못 깎는다. 시키지 마라."
큰 눈에 힘을 잔뜩 주고서 신랑이 말했다.
그렇게 나는 또 과일 깎기도 제외당하게 되었다.
그 일로 나는 주방과 열 걸음 더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기를 5년이나 지난 어느 날 나는 설거지라도 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큰 맘을 먹고 시어머님이 잠시 나가시길래 얼른 고무장갑을 끼고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우리 집의 그릇과 달리 시댁의 접시와 그릇들은 조금 무거웠다.
나름 손에 힘을 딱 주고서 조심조심했지만~
갑자기 접시가 나의 손을 벗어나 허공을 날더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바닥으로 낙하하고 말았다.
안방에서 자고 있던 신랑과 아이들이 깨서 나오고 말았다.
마침 밖에 가셨던 시아버지도 들어오셨다.
나는 놀래서 허겁지겁 깨진 접시를 치웠다.
마침 들어오신 시어머님!!!
"어디 갔다 오니? 왜 새 아가한테 설거지를 시키노?"
시아버님이 시어머님께 소리를 지르셨다.
"아버님~ 아니에요. 제가 스스로 하다가 실수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도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가 괜히 도와드리려고 했던 게 시부모님을 다투게 만들어 버렸다.
한참 뒤에 눈치를 보다가 부랴부랴 집으로 가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신랑이 어이없는 표정을 말했다.
"앞으로는 설거지도 하지 말고 그냥 있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우리 엄마 도와주는 거야"
라고 말하면서 라디오를 켰는데 마침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흘러나왔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시부모님)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주방)
난(넌) 위험하니까 사랑(허당이니깐)하니까
너(주방)에게서 떠나 줄꺼야~
후렴구 부분을 신랑이 이렇게 개사해서 나에게 불러주었다.
잘하려고 했지만 점점 더 주방과 멀어지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2년 가까이 나를 주방에서 멀리 떨어지게 해 주었다.
어머님 진짜로 죄송합니다. 저 진짜 그런 사람 아니예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