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1
2014년 어느 날
토요일 오후 시댁으로 가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 병원은 1시까지라 환자들이 많아서
근무를 마치자마자 차에 몸을 싣고 시댁으로 가는 동안 나는 잠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찜닭을 해놓으신 우리 시어른들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임신하고서 유달리 찜닭이 당겼던 나는 너무나 맛있게 밥을 먹었다.
신랑은 임신 때문에 콜라를 못 마시는 나를 위해 탄산수를 사러 마트로 출발했다.
임신해서 일하고 온 며느리라고 시부모님은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시키지 않으셨다.
나는 괜찮다고 뭐라고 거들려고 하면 그냥 앉아있으라고 하셨다.
시어른들이 좋아하시는 식후 커피믹스 한잔.
점심을 너무 맛있게 먹은 나는 커피라고 준비해야지 싶어서 주방으로 갔다.
"아가, 고마 앉아 있거라"
시아버님이 말리셨다.
"제가 커피 한잔 태워드릴게요."
"아이고, 고마 됐다."
시어머님이 또 말리신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는 의기양양 주방으로 갔다.
어!! 우리 집에서 쓰는 주전자랑 비슷한 게 보여서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가스불을 켰다.
커피믹스를 뜯어서 컵에 부어놓고
물이 100도가 되기를 잠시 기다리다가 잠시 화장실에 갔다.
시어른들은 창고에 가서 우리에게 줄 쌀, 고추장, 깨 등등을 챙기셨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으니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무슨 냄새고?"
하면서 시어른들이 주방 쪽으로 급하게 가신다.
주방 쪽 가스레인지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나오고 있었다.
아버님이 물을 뿌리시고 어머님은 담요 같은 걸로 막 덮으시고 해서
우리는 그렇게 불을 끌 수가 있었다. 쾌쾌한 고무 타는 냄새가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나는 너무 놀라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있었다.
그 찰나에 신랑이 들어왔고 나는 뛰어가서 안겼다.
"왜 무슨 일인데?"
"오빠 주방 쪽에서 불이 났어. 아버님이 재빨리 끄셔서 천만다행이지 뭐야."
내 말을 들은 신랑은 주방 쪽을 갔고 시커먼 재들 사이로 뭔가 타 다남은 형체가 보였다.
커피포트였다. 우리 신랑은 시어머님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엄마 제정신이야? 커피포트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며 어떡해?"
'아뿔싸'
내가 가스레인지 위에 올린 건 주전자가 아니라 커피포트였던 거다.
집에서 엄마가 주전자 쓰는 거만 봤고,
직장에서 흰색의 필 00 커피 포트만 보아 온 나에게 검은색은 다 주전자로 보였던 거다.
그렇게 우리 시어머님의 커피포트는 가스불에서 작열하게 전사하고 말았다.
"죄송해요. 제가 주전자인 줄 알고서 그만....."
시어른들과 신랑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고 나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첫 주방 출입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되어
거의 5년 동안 가족 중 유일한 주방 출입금지자가 되었다.
나는 시시때때로 주방에 입성하고자 시도했지만
손이 재빠르신 시부모님 덕분에 늘 실패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