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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May 16. 2021

동경을 사랑이라

동경을 사랑이라 착각할 때가 있다.


자신만의 취향을 쌓아온 사람.

선호하는 색깔이 있는 사람.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는 사람.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강강한 사람.


알바라는 꼬리표를 떼고 밥벌이한  이제 10개월이 됐다. 아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만날 때마다 빈약함이 툭툭 드러나는 이도 있지만  때마다 묵직한 심지가 느껴지는 이도 있다. 동경하는 존재들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마음을 가진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쉽게 빠져버린다. 끌림의 종류를 억지로 구분하지 않는 동안은 그냥 마음 놓고 마음 열고 궁금해한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감정을 걸러낸다. 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동경을 사랑이라 착각한다고 착각한다. 동경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 그것이  사랑은 아니라고 부정한다.


현실은 말장난이 아니다. 간단하지 않다. 어제는 애인에게 다른 사람이 궁금해진다고 털어놓으며 울었다. 마음의 일탈이 부끄러워 눈물을 쉽게 그치지 못했다. 말로 드러낸 경솔함과 후련함이 뒤섞였다.


못난 애인을 둔 근사한 애인은 말해줘서 고맙다고 다독였다.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커트하는 건 필요하다며 솔루션도 제시해줬다. 꼭 안아줬다. 4년 전엔 동경했고 지금은 사랑하는 나의 애인. 그가 또 한 번 포근해졌다.


좋아하는 색깔도 브랜드도 뚜렷하지 않은 이 사람을 쓰다듬으며 동경하는 이름들을 정리한다. 그래도 맥주 하나는 누구보다 잘 아는 애인. 돈을 벌면서 나와의 미래를 꿈꾸는 애인. 애인을 예뻐하는 애인. 그의 얼굴을 오래도록 응시하고 아직 묻지 않은 질문들을 찾아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사랑이라고

동경이 비집고 들어올 영역일 리 없다고 속을 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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