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로 나를 채우다니요

by 하현태



내 마음은 구슬로 된 암막 커튼 같은 거라서

새끼손가락 걸고 가볍게 젖힐 수 있었다


나무에 기댄 마음은 그렇게 야단이었다

발바닥 모양 구멍 내었다 메꾸었다


속으로 몇 번이고 육십을 세었다

서른 번째 육십을 발음했을 때


조금 멀리서 그 애의 향이 달려와 안겼다


나는 젖은 손에 힘을 풀고

새끼손가락만 한 햇빛을 여럿 만들어 두었다


보도블록에 구두 번갈아 디디는 소리에 맞춰

숨 뱉기를 또 서른 번


그 애는 입술에 웃음을 머금고 손바닥을 요구했다

나는 비스듬한 눈썹으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세로로 쥔 주먹에서

벚꽃 두 잎


흘러

손바닥에 내렸다


그 시간은

순간 영원했다


헤시시 웃던 너와 의지대로 움직이던 두 잎을

영원히 번갈아 보았다


그 애 얼굴이 봄으로

꽃으로 화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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