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존감과 후회, 그리고 희망

내일을 향한 작은 희망

by 유별희

2025년 7월 7일 월요일, 끔찍한 한 주의 시작


이번 주 시작은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금요일부터 월요일 출근 여부를 묻는 메시지를 수없이 보냈지만, 내가 일하는 아웃소싱 업체는 마치 유령처럼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주말 내내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오후 늦게서야 겨우 도착한 답장은 내 모든 기대와 소망을 산산조각 냈다. 소수의 인원만 출근하게 되었다는 통보, 그리고 그 소수에 내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잔혹한 현실. 몇 개월간 정들었던 곳인데, 팀원들 생일까지 챙겨주며 끈끈한 유대감을 가졌던 동료들도 결국은 '타인'에 불과했다는 애상감이 밀려왔다. '고정'이라는 말은 허울뿐, 물량이 줄어들면 나보다 더 오래 일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가는 이 냉혹한 현실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절망 속에서 다른 아웃소싱 업체들을 찾아 헤매었다.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어디에서도 나의 절박한 외침에 답해주지 않는다. 이제 정말 끝인가 싶어 포기하려던 찰나, 뜻밖에도 다니던 아웃소싱에서 연락이 왔다. 같은 회사인 2 센터에 티오가 났다는 소식. 망설일 틈도 없이 곧바로 수락. 다행히 1 센터에서 친해진 동생과 함께 갈 수 있게 되어 낯선 곳에서의 막연한 두려움은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한줄기 빛 같았다고나 할까.


언제나처럼 출근 시간보다 30분 미리 도착해 2 센터에 발을 들였다. 출근 명단을 작성하고 나니 특이하게도 아침 체조가 시작되었다. 모두가 함께 몸을 풀며 조회를 겸하는 모습은 낯설었지만, 이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익숙함도 잠시, 끈적하고 숨 막히는 공기가 나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에어컨이 켜지기를 몇 시간 동안이나 간절히 바라며 숨죽였지만, 나의 작은 바람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냉방기가 고장 났다는 슬픈 소식,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지옥 같은 시간

일하는 내내 땀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숨까지 턱턱 막혀와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껏 일하면서 마스크를 한 번도 벗은 적이 없었는데 더 이상 숨쉬기 어려워 마스크마저 벗어던졌다. 점심시간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오후가 되자 더위는 더욱 극심해져서 이러다 이성까지 잃을 지경이었다. 차라리 실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들었다. 허나 지옥 같은 시간은 끝없이 이어졌고, 숨쉬기조차 곤란한 와중에도 관리자들은 '빨리빨리'를 외쳐댔다.


난생처음으로 '집에 가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솟구쳤다. 가만히 서서 화장품 라벨을 붙이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옥죄어오는 다리 통증에 서 있기조차 버거웠고, 나의 온몸은 더위에 지쳐 바들바들 떨었다. 퇴근 시간까지 이 엄청난 고통을 참고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살면서 더한 시련도 감내해 왔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될 때면 너무나도 힘들고 고달프다. 몸이 지쳐버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후회&다짐

내 작업장 너머로 보이는 사무직 인원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들이 머리를 쓰고 더 힘들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앉아서 업무를 보는 저들이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갑자기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후회와 지난 삶의 파노라마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속담과 함께 극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좀 더 노력했더라면...'이 모든 것은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그 선택에는 늘 무겁고 무서운 고통과 인내가 따라다니는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부터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진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살려고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나 자신이 그래도 못나지 않고 대견하고 기특했다. 마치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처럼 말이야. 하지만 지나온 인생에 대한 후회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오늘은 유난히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하루였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그저 나 자신을 향한 따끔한 질책이자, 힘겨운 하루를 보낸 나약한 한 인간의 독백일 뿐이다. 오늘의 힘듦은 지나갔다. 내일은 또 어떤 시련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또다시 꿋꿋하게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내일은 좀 더 나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2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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