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을 보내던 그날의 이야기 –
내가 시집가던 날
아빠는 전날 밤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고 했다.
결혼식 당일 새벽, 내 방 불빛이 꺼져 있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하셨고,
마치 나를 다시 어린 시절로 돌려놓고 싶으셨던 것처럼 내 방문 앞을 한참 서성이셨다고 한다.
그날의 나는
하얀 드레스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세상이 나를 축복해 주었고,
사람들의 박수 속에서 아빠의 눈물이 잠깐 스쳤지만 철없던 나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지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는 말씀하셨다.
'너 결혼식 끝나고 신혼여행 떠났을 때, 그날 저녁 아빠가 네 방문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우셨어.'
'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지금이라도 문이 열리고 네가 “아빠” 하고 나올 것 같다고'.
그 문고리는 아직도 친정집에 그대로 있다.
내 손때가 묻고, 부모님의 손때가 남은 그 문고리.
이제는 그 문 앞에 서면 나도 아빠를 부르게 된다.
“아빠.”
세월이 흘러 내 딸이 시집가던 날,
남편도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을 참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철없던 시절엔 아빠의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부모가 되어 딸을 보내보니
그 눈물이 어디서 오는 건지 알 것 같다.
딸이 아플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날, 생일을 맞이하던 날,
사춘기 시절 문을 닫고 들어가 있던
그 밤들,
취직 소식을 전하던 날,
결혼할 사람을 데려왔을 때~
그 모든 순간이 한꺼번에 떠올라 가슴이 차올랐다.
나를 얼마나 애지중지 키우셨을까.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식에게 양보하고 그 먹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또 뿌듯하고 행복하셨을까.
내가 아플 때 부모님께서는
또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프셨을까.
부모가 되고 나서야,
그 사랑의 깊이를 알았다.
그 마음은 세월을 건너
이제 내 손끝으로 이어진다.
나는 그 문고리를 다시 잡으며
속삭인다.
“아빠, 저 이제…
당신 마음을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