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때로 상처의 모양으로 다가온다
ⓒ 출처: YES24 공식 이미지 / 『고함쟁이 엄마』 (샘터, 2005)
얼마 전 <고함쟁이 엄마>라는 책을 읽고 며칠을 앓았다.
책 속의 ‘엄마’가 고함을 칠 때마다
주인공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 날아가 버렸다.
그 장면을 읽는 순간,
내 안에서도 오래 묻어둔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갔다.
나는 어릴 때 고함을 듣고 자라진 않았다.
나의 엄마는 다정했고, 늘 내 옆에 있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이 때로는 너무 가까웠다.
엄마는 외동딸인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그리고 날마다 당신의 힘듦을 고스란히 내게 쏟아놓았다.
나는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의 신세한탄’을 들어야 했고
그 눈물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엄마는 몰랐을 것이다.
그 고통의 파편들이 내 마음에 정면으로 날아와 어린 살을 뚫고
온몸에 박히고 있었다는 걸.
그 시절, 엄마는 진통제를 삼키듯
어린 나를 붙잡고 울었다.
그 눈물의 끈적임을 나는 기억한다.
짠내 나는 엄마의 힘겨운 몸부림의 냄새를.
타고난 기질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누군가의 슬픔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같이 아프다.
슬픈 영화를 볼 때조차 감정이입이 과하여 며칠을 아프고 힘들어한다.
어쩌면 내 안에 치유되지 않은 어린 날의 파편이 남아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고함쟁이 엄마>를 읽으며
나는 많이 아팠다.
주인공의 고통보다 마음으로 전해받은
‘감각’에 더 아팠다.
그건 나의 오래된 감정과 너무 닮아 있었으니까.
이제는 마음의 파편을 하나씩 빼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깨달아가고,
어린 시절 나의 엄마의 고통도 알듯하다.
타인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한 중년이 되고 싶다.
내 마음자리 어디쯤에서 빛이 피어나고 있다.
#감정이입 #기억 #고함쟁이엄마
#감성에세이 #브런치작가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