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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이 Mar 13. 2023

인생일기 4.

내 생애 최고 아픔.

입원 전 동료들과 작은 만남을 가졌는데, 하필 감기에 걸려버렸다. 실내에 있더라도 2월이라 날도 추운데 괜히 약속을 잡았나 싶기도 하고... 감기에 걸리면 수술도 못할까 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모른다.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괜찮다고 해서 한시름 놨다. 수술이 미뤄지면 곤란하니까. 하지만 감기가 금방 떨어지지 않아서 입원해서도 약을 몇 번 먹었다. 몸 관리 때문에 늘 주의했는데, 마음만큼 쉽지 않았다.


토요일에 입원을 했다. 3시 이후에 입원이라 시간 맞춰 병원에 가 남편과 입원수속을 했다. 손목에 착용하는 팔찌도 받고 기타 등등의 종이를 챙겼다. 이름이 노출되지 않도록 제일 마지막 글자는 ‘하트’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 하트를 보며 ‘환자들의 불안을 좀 덜어주려고 하트로 한 건가...’라고 근거 없는 생각을 했다.


 당시 코로나도 심했고, 남편이 계속 간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간호간병통합병동’에 입원했다. 그 병동은 보호자 없이 간호사나 조무사의 도움을 받으며 입원하는 병동이다. 입원을 위한 짐을 양손에 가득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걱정이 됐지만,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 수술을 앞둔 나를 혼자 보내고 남편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을까.     


수술은 다음 주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하기로 했다. 수요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긴장을 풀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수술이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이곳에서 일주일 정도는 있어야겠지? 창가 자리라서 좋네? 병원복 입은 셀카도 찍고 핸드폰도 평소처럼 했다. 걱정만 하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마음만 불안할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월요일로 날짜가 당겨졌다. 날짜가 옮겨져도 괜찮은 건가 싶어 의사 선생님께 재차 여쭤보자, 환자분 마음만 정하시면 된다고 하셨다. 차라리 빨리하는 게 낫지 싶었다. 수술 전, 위절제술 환자를 위한 입퇴원 계획표를 받아서 확인하고(사실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옴.) 병원에서 나눠주는 음료도 마셨다. 수술 후 마취로 인해 불편해진 호흡을 돕는 장치인 강화폐활량계도 샀다. 줄이 주렁주렁 달린 링거도 맞았다. 예전 같았음 가족과 함께 했어야 할 시간을 혼자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없어서 큰 서운함은 없었다.




수술하는 날, 내 앞 순서의 수술이 예상보다 늦어져서 기다려야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얼른 들어가서 얼른 하고 나오고 싶다, 어차피 할 거니까 빨리하자.라는 패기 넘치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이제 내려가는구나. 썩은 속을 파내는구나, 수술하면 나을 거야. 괜찮을 거야,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수술하기 전에 간호사 선생님과 여러 사항을 체크했다. 긴 머리는 양쪽으로 묶고, 매니큐어를 발랐나 살펴보는 등등. 그리고 수술실이 있는 층으로 내려갔다. 수술하는 날이라 병원에 온 남편과 인사를 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서 바로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술실과 수술실 입구의 중간 공간이라고 해야 하나? 수술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 공간에서 30분 정도는 기다렸다.


나는 곧 수술실에서 배를 갈라야 할 아주 중요하고 무서운 일을 앞둔 사람인데, 거기 있는 사람들은 마치 내가 없는 사람인 것 마냥 각자가 맡은 일을 했다. 그 안에서 관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물건처럼 앉아 시계만 바라보는 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우니 밝은 빛이 쏟아졌다.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빛. 초록색 옷을 입은 의료진이 보이자 여기가 수술실임이 실감 났다. 떨리지는 않았다. 이제 왔구나, 나는 잠들었으니까 아무것도 몰라, 수술하는 동안엔 안 아프니까 괜찮을 거야.

마취 전,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 수술하는 동안 내 몸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 메스가 배 위를 왔다 갔다 하고, 무언가를 들어내고, 몇 번의 주사를 더 맞았을 것이고. 그걸 모르는 게 불안했지만  차라리 안심이 되기도 했다. 눈에는 안 보이니까.   

   

수술이 끝나고 눈을 뜨니 진짜 너무너무 아팠다. 수술은 처음이었는데, 이제까지 살면서  제일 큰 아픔이었다. 온갖 상상을 했다. ‘정말 암은 걸리면 안 돼 너무 아파.’ ‘이렇게 아플 거면 차라리 죽을래…’ 좀 지나면 내 입을 마구 때릴 생각을 하며 병실로 올라왔다. 침대로 이동하고 주사 맞고 링거 달고 이런 과정은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정신으로 뭘 기억하겠어.

6인실의 다른 환자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파 아파 아파”를 남발하며 견뎠다. 무통주사와 진통제를 계속 투여해도 아픔이 가시지 않았다. 밤새 뒤척이며 침대 양옆의 난간을 부여잡고 잠이 들었다. 아니 잠을 못 잤다. 너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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