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활은 대체로 무료하다. 수술 전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살다가 병원에서는 특별히 할 것이 없어서 느슨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활기를 찾기 위해 잘 먹지도 못하면서 식단 사진을 찍고,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저번에 젤 양초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미니 가죽 가방에, 라탄 바구니, 우드 트레이까지 제법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이것은 내가 그만큼 병원에 오래 있었다는 증거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보석 십자수를 하게 되었는데, 집중하면 시간이 금방 흘러가고 인내심도 길러주며… 그럴듯하게 작품이 완성되니 병원 생활 중의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주기 딱이었다.
라탄 바구니. 내가 게으름을 부려서 같은 병실 언니가 완성해 주셨다.
미니 가죽가방. 바느질 힘들었다...
나를 비롯해서 같이 작품을 만든 언니들은 병실에 와서도 완성하지 못한 보석 십자수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몸에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조절했으니 걱정은 하지 마시고. 거동을 못 하거나 작은 비즈를 찾아서 붙이는 것이 힘들 정도였으면 아마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나와 언니들은 환자이긴 하지만, 거동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보석 십자수 만들기에 매진할 수 있었다. 작품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색깔 혹은 비슷한 색깔, 너무 작은 글씨 때문에 쉬운 난이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각자 완성한 작품을 보며… 우리 모두 마법처럼 다시 주문을 했다는… 퇴원하면 집에 가서 완성하고 카톡방에 올리기로 했다. 예상컨대 카톡에 사진이 올라오는 기간은 아주 빠르거나, 아니면 기약을 할 수 없거나…
마성의 보석 십자수! 이거 완성하고 다시 또 주문!
곧 퇴원할 날이 다가왔다. 집에 가서 처리할 일도 있고, 쉬었다가 3차 항암을 맞고 다시 입원할 계획이었다. 3차 항암 후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르고, 면역 주사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위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좌절했고, 내 병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인터넷에 넘치는 내용 중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애매했고, 찾아보는 것조차 두려웠다. 병원 교수님과 요양병원 원장님께 듣는 내용 외에는 다른 내용은 외면하고 싶었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내 병에 관해 알아갈수록 좋지 않은 것만 볼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자세히 알고 대처해야 했다. 그 시기가 너무 늦게 왔나 싶지만, 본인이 당하지 않으면 모를 사실.
그래서 책 두 권을 주문했다. 위암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 위암 환자가 먹을 수 있는 식단에 대한 책이다. 병원으로 택배를 시킨 후, 짬짬이 봤는데, 용기와 걱정을 함께 주었다. 잘 관리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용기와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용기를 받은 대로 기운을 내고, 나는 요리사가 아니니 조금씩 따라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밤에 잠자다 깨고, 잠을 못 자니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