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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Jan 06. 2023

네 마음이 방울방울해

저렇게 빠르게 기어 올 수도 있구나.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하는 오감놀이 프로그램에 아직 걷기도 전인 아이를 힙시트에 안고 갔다.

(지역사회에서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활성화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우리 동네에서 소문난 내실 있는 수업이라 이른 아침 줄 서서 번호표까지 받아가며 등록한 수업이었다.

<조리원 친구와 나란히 앉아있는 뒷모습>

동그랗게 앉힌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 위해 수업 시작하기 전에  비눗방울을 만들어준다.  비눗방울이 공기 중으로 날리기 시작한 순간 경직된 표정의 아이가 내쪽으로 방향을 틀어 기기 시작한다.

비눗방울을 피해 엄마품에 안착한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의 왼쪽 팔을 꽉 움켜쥔다.

생각지도 못한 비눗방울에 대한 거부.



처음에는 비눗방울을 보고 기겁을 하는 아이를 보고 왜? 무엇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보기로 한다.


너.. 신생아 때 인어공주처럼 목소리를 잃더니, 인어공주가 물방울이 되어 사라져 가는 슬픔을 아는 듯 방울방울을 싫어하는 거니?


아이는 감각기관의 예민함으로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데 늘 시간이 좀 걸렸다.

안전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온 마음을 내놓고 즐긴다.

그래서 모험이나 탐색이 즉각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바깥일 때는 더 그렇다.



아이에게 잡힌 왼팔은 온전히 아이 것으로 두고

자유로운 오른팔을 뻗어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비눗방울을 맞이한다.

톡 터뜨리기도 하고, 가만히 내 손위에 동그란 모양으로 앉히기도 한다. 공기 중에 떠다니며 햇빛을 산란시켜 무지갯빛이 나는 비눗방울이 쁘다.

갑자기 내가 어린아이가 된 마냥 동심에 빠져 비눗방울을 즐긴다.

혼자서 흐흐거리고 웃으며 비눗방울 터트리기 놀이를 한다.

그런 엄마를 보고 안심했는지 아이가 자신에게 날아든 비눗방울에 살포시 눈길을 준다.

여전히 엄마의 품속이긴 하지만  손을 뻗어 만져보기도 하고 주위에 날아다니는 비눗방울을 가만히 쳐다보기도 한다.


그렇게 그날은 엄마 품속에서 비눗방울과의 만남고,

몇 번의 오감놀이 수업 후 아이는 더 이상 비눗방울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 후 누구보다도 비눗방울 놀이를 즐겼다.

지금은 비눗방울을 보면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아이에게는 해변가의 모래사장에 발을 들이는 것도 몇 번의 시도와 괜찮다는 엄마아빠의 선경험이  필요했다.

방울이 튀어  얼굴에 묻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물놀이를 가면 늘 소극적이었던 것도 시간이 필요했다.

(물방울, 비눗방울 다 싫어하는 거보니 인어공주 아니 인어왕자였음이 틀림없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기다렸다.

예민한 아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을까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다.



그런 아이가 6살 무렵 틱증상을 처음 보였을 때는 눈물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히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음에 고마웠다.

네가 마음이 많이 불편하구나. 그걸 바로바로 표현해 주는구나.

그래서  더 아이의 마음과 주변을 면밀히 살필 수 있었다.

유치원으로 옮겼을 때 초등학교 입학으로 새로운 환경에 진입하였을 때  불시에 틱증상이 나타났다.

코로나 19의 마스크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바깥에서는 전혀 표 나지 않았다는 것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학기 초의 상담 때 가장 먼저 손들어 상담신청을 하고 아이의 상황을 이야기다. 아이가 수업 중에 킁킁거리거나 조금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이의 의지가 아님을 먼저 말씀드린다.

선생님들께서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너무 소란스러워 전혀 알지 못했다고 위로해 주셨다. 크게 눈에 띄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아이를 잘 살펴봐주신다고도 하셔서 늘 고마웠다.



집안에서는 아이의 틱을 아무도 아는 체하지 않고, 다들 곁눈질로 살피기만 하는 노력 끝에 아이의 불편함은 서서히 어들었다.

지금도 한 번씩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지 않기에 아이가 본인의 불편함을 알려주는 스위치를 가졌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스위치를 되도록이면 작동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아이를 살핀다. 도다리눈을 하고서 말이다.


이제 코 찡긋하지는 않네.

미간에 주름 생길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킁킁거리지도 않네~많이 편해졌나 보다.

도다리눈을 하고 있는 엄마는 마음속으로만 이렇게 해본다.



틱은 학령기 아동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전체 아동의 10~20%는 일시적으로 틱 증상을 보입니다. 틱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일과성 틱 장애는 5~15%의 아동에게서, 1년 이상 틱 증상이 지속되는 만성 틱 장애는 1%의 아동에게서 나타납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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