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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Dec 06. 2022

조리원 不천국

소리 나지 않는 응~애

 

“ 어머님, 아무래도 캥거루 케어하셔야 할 것 같아요.”

신생아실에서 가슴만 살짝 열어 모유 수유하고 있는 산모들 사이에서 윗옷을 벗는다.

용쓰며 우느라 얼굴이 빨개진 아이를 맨살로 폭 감싸고 안아 토닥토닥, 

"쉬쉬~엄마야~" 아이 귀에 속삭여주며 길었던 울음을 달래 본다.

간호사가 덮어준  담요 안에서 아이와  하나가 되어 따뜻하게 체온을 나눈다.



자연분만 후 조리원에 올라가기 전 이틀 동안 병동에 있었다.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때라 하늘이라는 태명으로 나는 하늘맘이 되었다.


병동의 신생아실에서 하늘이는 쉼 없이 울었다.

자고 있는 다른 아기들을 다 깨울 만큼 힘껏 울었다.

“따르릉~” “ 하늘 어머님~얼른 내려오세요”

전화가 올 때마다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신생아실을 마음만 급히 갔다 왔다를 반복했다.

울음을 빨리 멈추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뛰려고 했지만 회복되지 않은 걸음이라 더뎠다.

그래서 하늘이가 원하는 그때가 아닌 늘 늦은 시간에 도착했으리라.

신생아실에서 곤히 자고 있는 다른 아기들과 엄마품에서 모유수유 중인 아기들이 고요해 보였다.

하늘이는 뭐가 그리 불편했을까? 이유를 알길 없는 엄마인 나는 답답할 뿐이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 안아주고 또 안아주는 수밖에.




그렇게 병동에서 <끊임없이 우는 아기>로 존재감을 드러낸 하늘이는 이틀 뒤 에 있는 조리원으로 옮겨졌다. 조리원 신생아실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다.

서서히 그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하늘이었다.

원래 나의 공간은 신생아실에서 조금 떨어져 고요하게 몸조리를 할 수 있는  2층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고요함이 허락되지 않았다.

계속 울려대는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문장은 단 하나였다.

“하늘 어머님, 어서 내려오세요”

하늘이는 종일 너무 울어 목이 쉬어버렸다.

소리 나지 않는 울음을 줄기차게 울었다. 그런 하늘이를 안타깝게 지켜보시던 간호부장님은 하늘이와 다른 아기들을 위해 엄마인 내방을 바꿔야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신생아실 바로 옆방으로 옮기게 되었다.

많은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었다. 들리지 않는 하늘이 울음과 함께.


 “하늘이 목이 쉬었어요”  

조리원에 비슷한 시기에 입실해서 동기가 된 다른 아기 엄마들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신생아실과 연결된 수유실에 거의 상주해 있는 나를 안쓰럽게 보면서 말이다.

늘 정신을 반쯤 놓고 다니는 나를 챙겨준 것도 조리원 동기들이었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과 교육이 있을 때도 나보다 먼저 여쭤볼 정도였다.

“아기가 목이 쉬어 저렇게 울어도 되나요?”

“나중에 성대에 문제는 없을까요?”

소아과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해주셔서 다들 안심을 했다.

조리원 동기들이 웃으며 한마디 덧붙인다. 하늘이는 지금 이렇게 엄마 고생시키니 나중에 커서는 제일 효도할 거라고.



사랑하는 왕자 곁에 있기 위해 목소리를 잃었던 인어공주처럼

엄마 곁에 있기 위해 하늘이는 목소리를 잃었었나 보다.

낯설다고, 새로운 모든 것이 무섭다고 우선 곁에 있어 달라고 그리 울어 목소리를 잃고서야 엄마를 종일 곁에 두게 된 것이다.


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 나는 남들이 말하는 소위 조리원의 천국을 맛보지 못했다

모자동실을 주로 하며 아이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했다.

“ 엄마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서웠어?”

“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 엄마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서웠어?”  

“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어를 말해준 만큼 아이의 울음은 서서히 줄어들어갔다.

하늘이가 하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의 목소리도 되찾게 되었다.

하준이의 목소리가 다른 이에게도 들릴 때 즈음 조리원을 나와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의 하준이는 되찾은 목소리를 등 센서 작동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아주 예민하고, 그 예민함은 진화한다는 것을 뒤늦게 서서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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