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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Feb 16. 2023

너의 눈높이에 맞추다.

하나 둘 셋

이번엔 계단이  몇 개일까?

누가 제일 가까운 숫자를 출까!

우리 세어보면서 올라가 까?



아이와 숫자 세면서 발아래 계단을 보올라가고 내려가기를 한다.

계단 보고 걸어~라고 얘기하면 안 들리는 건지, 못 들은 척을 하는 건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주위에 시선이 빼앗기는 아이가 불안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숫자세기이다.

아이가 내향적이면서도 은근히 승부욕이 있어  내기는 그리 좋아한다.

덕분에 아이는 늘 계단이 보이면 어림짐작으로 개수를 생각해 내고 맞는지  꼭꼭 짚어보며 었다.



아기 때는 손을 꼭 잡고 함께 고개 숙여 계단을 세어볼까  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덕분에 계단으로  숫자세기하여 일이삼사~하나 둘 셋넷~숫자 익힘을 끝냈다.

이후 영어로 원투쓰리포~까지 해서 숫자 읽기 완료!

초등학교 들어와서는 계단 개수 맞추기 내기를 시작했다.

어림짐작으로 정한 숫자들의 큰 수 작은 수 개념에 덧셈, 뺄셈까지 해본다.

그렇게 계단을 하나하나 보며 걷게 하기 위해서 숫자와 셈이 쓰였다. 따로 책상에 앉아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지금도 계단을 그리 다니냐고?

물론 다 컸다고 숫자를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가끔 계단개수 맞추기인  숫자 내기는 한다.

그리고 요즘은 천천히 보며 갈 수 있도록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오르내리기를 한다.

규칙은 다양하게 정하기 다름이다.

무조건 규칙은 아이가 정하는 대로 따르기로 한다.

"이기는 사람이 3칸씩 내려가기다!"라고 말하면

계단을 보며 하나 둘 셋 잘 헤아리며 내려간다.






엄마아빠의 늦은 퇴근으로 꼬꼬마였던 아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밤늦은 시간까지 기다릴 때가 있었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아이를 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하루는 꼭 껴안고 요정이야기(어설프게 내가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아기들은 조그맣게 태어나서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일찍 자야 엄마처럼 키가 커질 수 있어!

아기가 눈뜨고 있으면 키 크는 가루 뿌려주는 요정이 부끄러워서 못 온대.

코~자고 있으면 요정이 살포시 와서  감은 눈 위로 키 크는 가루를 솔솔 뿌려준대.

하준이가 엄마아빠 기다린다고 안 자면 요정이 못 올 텐데.. 

하준이 키 안 커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겠어?"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이내 품속으로 파고들며 금세 눈을 감았다. 눈 꼭 감고서는 요정 왔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다가 스르르 잠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키 크는 가루 뿌려주는 요정으로 아이를 일찍 재우다가 초등학생이 된 지금은 생장호르몬이 나오는 시간대를 정확히 알려준다.

"너~~ 늦게 자면 면역도 약해져!"

이제는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신빙성 있는 이유여야 설득력이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아이에게는 나이에 맞는 그때그때의 설명이 필요한 듯하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인생의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는 다음 발걸음을 떼야할 시기.

아이와 눈 한번 마주치고서 그 높이에 맞춰 나란히 서본다.


아침 잠결에  "안아줘~" 하는 아이의 졸린 말에 몸을 돌려 꼭 껴안고 있다 보면 행복하다.

이렇게 꼭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기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잡고 싶다.

시간아~천천히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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