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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Dec 30. 2022

(확성기) 계란이 왔어요~

우와~ 점심시간이다.

다들 삼삼오오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고3이 되어서 먹는 것에 더 열중하는 여고생들이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학기 초에 특별한 과제 하나를 셨다.

고3이기 때문에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며 비타민이 피로해소에  좋으니 과일을 반드시 싸 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점심도시락, 저녁도시락을 먹고 나면 과일도시락을 꺼냈다.

짠! 난 오늘도 어김없이 삶은 계란을 내어놓는다.

은색 반짝이는 계란에 소금까지 야무지게 챙겨 왔다.


친구하나가 " 야~너네 집 양계장하냐? 왜 맨날 계란이고?"

다른 친구가 "왜~~ 과일이랑 계란이랑 같이 먹으니 맛나구만"

그렇게 왁자지껄 한바탕 후 다 같이 둘러앉아 과일과 계란을 나눠 먹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건강만점 계란과일샐러드다.)



계란은 가장 맛있고 저렴하며 지구에서 가장 훌륭한 단백질원이죠. 이건 사실이에요. 계란은 영양가가 아주 많으며, 정말 요리하기 쉽죠.
(The chicken egg is the most delicious and cheap form of brilliant protein on the planet, fact. They have loads of micro nutrients and they're so quick to cook.)
― 제이미 올리버 (영국 유명 셰프)




엄마가 일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과일을 매일 사서 가기에는 집안 사정도 넉넉지 않은 터라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고3이 되었을 무렵 집안형편이 힘들어져 부모님께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챙겨 먹지 않는 과일을 학교 도시락으로 어찌 싸달라 할까 싶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기 전에 냄비에 수돗물을 받아 계란 몇 개를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다. 

 먹는 사이 계란이 삶아지면 건져서 식탁 위에 올려둔다. 교복을 입는 사이 식어진  계란을 알루미늄 포일에 싸서 도시락 가방 안에 넣어갔다.

그렇게 계란을 가져가다 보니 한판을 금방 먹게 되었다.

늘 상비용으로 넣어두는 계란이 쑥쑥 빠지니 이상하게 여긴 엄마가 눈여겨 살피신 듯했다.


왜 계란을 그리 삶아가냐고 물으시길래 아무 생각 없이 학교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가 눈시울을 붉히셨다.

엄마한테 얘기하지.. 다른 애들처럼 과일 싸달라고 얘기하지.. 몇 번을 그리 되뇌셨다.

엄마 마음 아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난 계란도 맛났고 친구들과 서로 나눠먹는 재미도 있었다.

꼭 남들처럼 똑같이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다.

나만 계란을 싸 오니 얼마나 획기적인가, 특별하지 아니한가, 뭐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기도 한 듯하다.



그 후로 엄마는 온갖 종류의 과일을 다 사서 과일도시락까지 2개 챙겨주셨다. 

친구들이 계란을 찾으며 아쉬워하긴 했지만 나로 인해 엄마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아주 가끔 엄마 몰래 계란을 삶아가서

" 계란이 왔어요~~ 굵고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 맛 좋은 계란이 왔어요~~" 하며 친구들과 장난치며 먹고 놀 했지만.




살 터울의 여동생과 터울 큰 막냇동생은  일로 인해 그들의 고3 시절 무조건 과일을 과하게 먹었다.

다 내 덕인줄 알아~~


그 이후로 우리 집에는 과일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

요즘은 사과든 감이든 귤이든 몇 박스씩 사서 하루가 멀다 하고 한 박스씩 갖다 주시는 친정엄마이다.

우리 세 식구 한 박스씩 다 못 먹는데 하면서 덕분에  쌓아놓고 과일부자로 먹는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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