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먹는 곱창에 신나열심히 젓가락질을 하려던 찰나 둘째 고모가 옆에 있는 남편에게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 질문을 들었던 것이다. 입안 가득 오물거리던 곱창을 넘기고서 고모말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신 답했다. 연애할 때 곱창 자주 먹으러 갔다고. 내가 곱창을 좋아했기 때문에 남편이 늘 곱창집에 데려가주었다고 했다.
남편이 항상 열심히 구워준 덕분에 맛있게 먹고 나오면 흐뭇했던 데이트 코스였고 늘 같이 가주어 그도 곱창을 좋아하는구나 했었다.
그런데 그날 알았다. 남편이 곱창을 좋아하지도, 잘 먹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잘 안 먹는 거라 열심히 구워주었다는 것을. 알고 보니입이 짧은, (연애당시) 고마웠던 사람이었다.
뭐든 없어서 못 먹는, 입이 달아 이것저것 맛나게 먹는 나로서는 남편이 먹거리에 있어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유감스러웠다. 결혼하고 보니 내가 너무 좋아하는 간장게장도, 과메기도 못 먹는 우리 남편. 난 누구랑 먹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말입니다~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은 뭐든지 나는 다 잘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곱창을 먹은 지도, 과메기를 먹은 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시댁식구의 모임을 손꼽아 기다린다.
결혼 초 서로 다른 생활방식들이 눈에 띄었다.
가령 잠을 잘 때 베개에 꼭 수건을 깔고 자는 것과 같은.
베개커버를 자주 빨면 될 텐데 그는 늘 수건을 깔고 잤다.
베개용 수건은 따로 표시해 놓고 쓰는 것이다.
요즘 우리 집의 핑크색 수건은 모두 베개용이다.
그런가 보다.결혼 전의 습관이니 그러려니 하고 나는 그냥 베개를 베고 남편은 수건깐 베개를 베고 잤다.
그러다 시어머님과 합가 해서 살게 되었을 때 시어머니께서 내 베개에도 수건을 자꾸 깔아 놓으셔서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다.난 수건을 깔고 자본 적이 없어서 자다 보면 늘 수건이 밀려 목아래나 겨드랑이에 끼어서 불편했다.
(잘 때 나의 몸부림이 심하기에)
나중에는 잘 때 살짝 수건을 베개아래 넣어두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옆으로 빼내어놓았다.
남편은 무심한 배려인지 무관심인지 모를 성격으로 나에게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았다. 권하지도 않았기에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머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10년을 같이 살아보니 남편은 자신만의 스타일과 방식이 있었다.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그와 있으면 늘 편했고 조금은 서운했다.
내 방식도 존중해 주지만 자신의 결정에는내 뜻이 대체적으로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운한 지점이다. 그저 마이웨이. 자신의 세상이 확고하다.
그와는 아이의 행복이 같은 목적이라 그 부분에서의 방식은 함께 의논하며 고민한다.
서로의 의견을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끔 드는서운한 마음은 손톱만큼이고 늘 각자의 방식대로 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