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초지현 Mar 02. 2023

나는 곱창, 너는 무엇

"어~오빠, 곱창 먹을 줄 알아?"

고모(시누이)가 남편에게 하는 말이었다.


시댁모임으로 다 같이 고깃집을 가서 고모부들좋아하는 곱창도 같이 주문해서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곱창에 신나 열심히 젓가락질을 하려던  찰나 둘째 고모가  옆에 있는 남편에게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 질문을 들었던 것이다. 입안 가득 오물거리던 곱창을 넘기고서 고모말에 만족스러운 표정으 대신  답다. 연애할 때 곱창 자주 먹으러 갔고.  내가 곱창을 좋아했기 때문 남편이 곱창집에 데려가주었다고 했다.


남편이 항상 열심히 구워준 덕분에 맛있게 먹고 나오면 흐뭇했던 데이트 코스였 늘 같이 가주어 그도 곱창을 좋아하는구나 했었다.

그런데  알았다. 남편이 곱창을 좋아하지도, 잘 먹지도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잘 안 먹는 거라 열심히 구워주었다는 것을.  알고 보니 입이 짧은, (연애당시) 고마웠던 사람이었.


뭐든 없어서 못 먹는,  입이 달아  이것저것 맛나게 먹는 나로서는 남편이  거리에 있어 한정적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유감스러웠다.  결혼하고 보니 가 너무 좋아하는 간장게장도, 과메기도 못 먹는 우리 남편. 난 누구랑 먹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말입니다~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은 뭐든지 나는 다 잘 먹을 수 있다 것이다.


그래서 곱창을 먹은 지도, 과메기를 먹은 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시댁식구의 모임을 손꼽아 기다린다.




결혼 초  서로 다른 생활방식들이 눈에 띄었다.

가령 잠을 잘 때  베개에 꼭 수건을 깔고 자는 것과 같은.

베개커버를 자주 빨면 될 텐데 그는 늘 수건을 깔고 잤다.

베개용 수건은 따로 표시해 놓고 쓰는 것이다.

요즘 우리 집의 핑크색 수건은 모두 베개용이다.

그런가 보다. 결혼 전의 습관이니 그러려니 하고 나는 그냥 베개를 베고 남편은 수건깐 베개를 베고 잤다.


그러다 어머님과 합가 해서 살게 되었을 때 시어머니께서 내 베개에도 수건을 자꾸 깔아 놓으셔서 약간의 불편함이 껴졌다. 난 수건을 깔고 자본 적이 없어서 자다 보면 늘 수건이 밀려 목아래나 겨드랑이에 끼어서 불편했다.

(잘 때 나의 몸부림이 심하기에)

나중에는 잘 때 살짝 수건을 베개아래 넣어두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옆으로 빼내어놓았다.


남편 무심한 배려인지 무관심인지 모를 성격로 나에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았다. 권하지도 않았기에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머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10년을 같이 살아보니 남편은 자신만의 스타일방식이 있다.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

그래서 그와 있으면 늘 편했고 조금은 서운했다.

내 방식도 존중해 주지만 신의 결정에는 내 뜻이 대체적으로 려되지 다는 것이 서운한 지점이다. 그저 마이웨이. 자신의 세상이 확고하다.


그와는 아이의 행복이 같은 목적이라 그 부분에서의 방식은 함께 의논하며 고민한다.

서로의 의견을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끔 드는 서운한 마음은 손톱만큼이고 늘 각자의 방식대로 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



태양계의 행성들이 각자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안정되게 공전하듯이 말이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이오야~은지야~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