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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Aug 09. 2023

아이에게 배우다.

족욕시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뜨겁다고 발을 빼려는 아이와 좀 더 따뜻한 물속에 발을 담가두려는 엄마의 마음이에서.

아이의 발을 잡고 물속에 있던 내 손은 그다지 뜨겁지 않아 아이발을 그대로 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뜨겁다고 한다.

"어른과 아이가 느끼는 뜨거움이 다르다고 했잖아~

그때 그 글루건처럼~

글루건이 어른에겐 뜨겁지 않겠지만 아이에겐 엄청 뜨거운 거라고 말했잖아. 지금 난 많이 뜨겁다고!!"

미술수업 중 글루건을 사용하는 작업이 있어 선생님이 대신  해주셨다고 한다. 그때 녹은 글루건의 일부가 아이의 손에 닿아 선생님께서 금방 떼어주고 처치를 해주셨다. 잠시였지만  뜨거웠던 느낌과 놀란 마음이 하나가 되어 아이에게 각인이 되었던 듯하다.


아이의 말에 번쩍 정신이 들어 아이발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바로  사과한다

“엄마손이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 않아 너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미안해 ”




가끔 내 위주대로 생각을 해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살아온 시간 동안 학습된 것과 습관처럼 남아있는 사고방식으로 말이다.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해 책도 읽어보지만 어쩔 땐 그 책도 내 위주대로 해석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오랜 시간의  햇빛과 바람에 마르고 굳어져버린,

혹은 뜨거운 가마에 구워진 도자기처럼 모양이 해져 버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보기에도 좋은 예쁜 도자기 같은 생각이면 좋으련만.

아니면 커다란 도자기 같은 마음으로  여러 상황들을 담아 잘 어울리게 두면 좋을 텐데. 



인생이 가끔 뜨거운 가마처럼 나를 혹독하게 단련시킬 때가 있. 미처 제대로 말리지 않고 눈물 가득 수분을 품은 채 가마 안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내 가열된 물이 뜨거운 증기가 되어  굳어지지 못한 마음이 산산이 터져버렸다.


감정을 잘 건조해  뜨거운 온도를 천천히 견디다 보면 이 가지도, 쪼개지지 않고  단단하게 굳어진  생각을 가지게 된다.

요즘에는 그 생각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편협한 것인지 자꾸 되묻게 된다.

편협한 생각은 가차 없이 던져 깨버려야 하는데 뜨거운 불속에서 견뎌낸 시간이 아까워 머뭇거릴 때가 있다.


오늘은 아이 덕분에  작게 굳어진  생각하나를 깨 본다.

같은 상황이라도 아이와 어른이 느끼는 것은 같지 않다라고.

모두 나와 같 않다고.





아이는 이제 막 조물조물 반죽되는 흙과도 같다.

그 아이의 그릇은 스스로가 만들어나갈 테지만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적당한 바람이 닿을 수 있도록 나의 말과 감정을 다스려야겠다.

굳어진 생각으로 나온 모난 말이나 나도 알지 못한 사이 삐져나온 슬픈 감정들이 아이의 흙을 망가트리지 않게 말이다.


아이가 마음껏 자신의 흙을 빚을 수 있도록 넓은 마음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뭉쳐진 이 마음을 톡톡 두드리고 눌러 쫙쫙 펼쳐놓아야겠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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