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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부터 12월 30일까지 시애틀에서의 일주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드디어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12월 31일. 소소하게 하루를 보내고 지인들이 갖다 준 음식과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이른 식사를 했다. 각자의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밤 10시에 다시 모여 바닷가로 출발했다. 바닷가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 행사가 있다고 했다. 클램차우더 가게와 멀지 않은 바다라고 했다. 멀리서부터 해변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끌시끌 흥분된 분위기다.
5, 4, 3, 2, 1, 펑 펑 퍼버벙, “Happy New Year!”
시애틀의 새해는 화려한 불꽃, 환희에 넘치는 표정과 인사, 희망적인 모습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설렘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함이,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이, 누군가에게는 꽉 참이, 또 누군가에게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는 새해였다.
그 당시에는 한국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할 여유가 없었다. 그 시간을 즐기기만으로도, 어떤 감정인지 잘 알지 못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기만으로도 시간은 꽉 찼다. 하지만 진짜 삶, 한국에서의 현실로 돌아오면서 느껴지는 그때와 현재의 괴리감과 그곳에 대한 동경은 조금씩 미미 마음에 깊이 자리하게 되었다. 문화차이도 있었을 것이고, 장소의 다름도 있었을 것이다. 미미가 있었던 곳은 바닷가였으니까. 한국의 바닷가에서 새해를 시작한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자유로운 모습에 매료되어 이방인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그때는 그들 속에 흡수되어 이방인이 아닌 그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던 작은 세계에서 조금 더 넓은 세계로 한 발짝 건너가고 있다는, 조금은 성장했다는 그런 느낌.
나는 남들이 찬탄하며 바라보는 진주인데 구슬 밖으로 나와 진주조개의 넓은 공간을 바라보며 내가 있던 진주알이 너무도 작은 공간이었고 그 작은 진주알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조개가 살고 있는 드넓은 바다는 생각지도 못하고 내가 마치 뭐라도 되는 양 움츠리면서도 약간은 으쓱했던 그런 기분.
새해 복 많이 받자, 순이에게 미소를 보내며 뜨거운 클램차우더를 든 손을 내민다. 한국에 가면 순이는 자신의 국적을 선택해야 할 것이고, 미미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점철된 삶을 버텨야 할 것이다. 더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 일상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