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말, 새해, 이 모든 단어에는 로맨스가 포함되어 있을까?
시애틀이라는 장소에 로맨스가 존재한다.
제니는 사랑에 빠졌다. 시애틀에서 그 짧은 체류 기간 동안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사실 그 사랑은 밴쿠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밴쿠버를 오가며 지나는 국경을 혼자 건너기 싫었던 진욱은 지혜에게 갈 때 종종 친구와 함께했다. 앤디와 함께 밴쿠버에 간 날, 지혜가 제니를 데리고 나왔고 제니와 앤디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특별히 둘의 만남을 주선해 주려는 자리는 아니었다. 친구끼리 자주 어울렸듯이 서로의 새로운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주말을 보낸 것뿐이었다. 미미가 다소 어수선하다고 느꼈던 앤디의 모습을 제니는 순수하다고 받아들였다. 며칠간의 동행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순 없지만 제니와 앤디가 서로에게 끌렸고, 이 만남을 지속하고 싶어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둘은 크리스마스도 새해에도 함께 있을 수 있었다. 다정하고 또 다정한 모습이었다. 제니는 방학이 끝날 때까지 단 며칠이라도 더 시애틀에 머물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만났던 앤디의 오래된 친구라던 그녀와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때 평범하지만 인상이 따뜻해 보이던 남자도 종종 시애틀 여행에 동행했다. 인원이 많아 복작거려서 미미와 순이 사이에서 제니의 부재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애틀로 넘어올 때 제니에 대한 기대를 밴쿠버에 이미 내려놓고 온 상태여서 크게 마음이 쓰이거나 서운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준은 앤디와 어렸을 때부터 남매처럼 함께 자랐다고 했다. 이웃에 살았고 부모님들이 서로 친구라 집안끼리 친한 데다 외동이라는 일치점도 있어서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앤디 없이 홀로인 준은 조금 슬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