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91
비가 많이 내렸다.
중랑천은 사람이 걷는 길 위까지 수위가 올랐고, 급기야 중간중간에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쉼터로 설치되어 있는 천막의 윗부분까지 올라왔다. 비상 문자가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울리며 새벽부터 끊이지 않았다.
우리 동네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이 정도의 수위면 다른 곳에서도 물난리가 났을 게 분명했다. 지대가 낮은 집의 침수 피해가 걱정되고, 눈이나 비가 내릴 때 배달 앱이 더 활성화된다는 얘기도 떠오르며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도 걱정되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허리까지 물이 찼는데도 음식을 배달하러 이동하는 노동자를 발견하고 걱정하는 글에 자신은 무사하고 살아있다고, 댓글을 남겼다는 기사까지도 읽었다.
전철역에 가니, 의정부나 동두천에서 오는 1호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공지가 세워져 있었다. 의정부에서 오는 전철은 우리가 걷는 지상의 높이로 이곳까지 운행되는데 그 높이까지 비가 빠지지 않고 있나 보다. 지하에 있는 노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높이 오른 빗물을 가르며 지하철을 운전하는 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열차와 열차 칸 사이의 연결부위에는 물이 흥건했다.
폭우.
요즘 비가 한번 내리면 국지성 폭우가 대부분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산으로 빗물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무섭게 내린다.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고 길을 걷는데도 발목이 빗물에 덮인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구가 아파한다는 증거겠지. 지구가 어딘가 잘못되었고, 어딘가 무너지고 있어서 눈물을 심하게 흘리는 거겠지. 폭우도 폭염도 쉬이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나 하나의 삶만이 전부가 아니니까.
비가 조금 덜 내렸고, 우산을 전철에 두고 내렸다.
오랜만에 우산을 잃어버리는 건데, 그 덕분에 과거 내가 우산을 좋아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 우산은 보라색이었고, 꼭지부터 그러데이션을 이루며 살을 따라 내려왔다. 대가 많아서 튼튼한 우산이었다. 특히 손잡이 부분이 하트모양으로 구부러져 있었는데 쓸 때도 좋았지만 집에서 이 우산을 펴 놓고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아름답다고 느끼곤 했다. 그 옆에는 나의 사랑하는 강아지 핑키도 귀를 쫑긋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앉아 있었다. 지금은 없는 과거의 이야기.
그때는 비가 많이 내렸어도 장마 거니 생각했고, 곧 지나갈 거라 믿었으며 정말로 그랬다. 불과 십여 년 사이의 일인듯하다. 폭우와 폭염을 피부로 느끼는 건 오 년 정도 되었을까. 코로나 이후에 더 심해진 걸 체감하고 있다.
나는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 지연되는 전철을 타면서 평소보다 조금 더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비가 마구 쏟아질 때는 다행히도 실내에 있었으니까. 누구에게 인지 모르는 미안한 마음.
당신의 하루는 어땠습니까.
안녕하였나요.
무사하였나요.
괜찮았냐고 불어보기가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