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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Feb 26. 2020

수영 금단 현상

체계적인 운동과 규칙적인 식습관으로 다져진 몸이다. 코로나 따위는 두렵지 않다. 이런 생각으로 수영장을 다녔다. 다른 회원들이 나오지 않아도 ‘최후의 1인’으로 남겠다며 수영을 불사했다.

겁 없는 폭주에 제동을 가한 건 ‘수영장 휴관’ 문자였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마스크도 없이 나체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었다. 무서운 시국이다.


기약 없는 이별 문자에 ‘회사→집’ 하는 날이 많아졌다. 물속에 있어야 하는데, 이불속에 있으니 불편했다. 몸을 움직이려 홈트 영상을 검색했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수영장이 그리웠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치킨

물을 끊은 나는 날카로워졌다.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려했다. 야식으로 치킨을 주문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치느님을 영접하니 기분이 맑아졌다.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고 다시 닭다리를 뜯으려다 순간 멈칫했다. ‘꿀 소스가 발린 바삭한 닭다리는 몇 칼로리 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나의 먹스타는 메뉴를 가리지 않는다. 수영 더 하면 되니까~

음식 앞에선 거칠 것 없었다. 먹을 때는 맛있게 먹고, 찐 살은 다음날 수영을 30분 더 하면 된다. 그러나 내일도 모레도, 어쩌면 다음 주를 지나 다음 달까지 수영장은 열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닭다리를 내려놨다. 오늘 입은 바지가 평소보다 타이트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트레스 풀려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살찔 걱정에 맛있게 먹지 못했다.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갑자기 어깨와 허리가 뻐근하다. 이런 날엔 접영으로 물살을 갈라버리면 등판이 야들야들해진다. 하고 나면 꿀잠을 잘 수 있는데 안타깝다.

오늘은 간단하게 운동장을 뛰고 들어왔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이불을 밀어내며 배영 팔 동작을 했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수영 금단 상’이 찾아왔다. 빨리 코로나가 사라져서 수영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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